“한달만에 개펄 나오니 웃음이 절로나…우릴 쫓아내려는 北에 놀아나선 안돼”
“개펄만 봐도 좋아서 저절로 웃음이 나는데 어떻게 떠나나.” 21일 오전 10시 연평도 거문녀(검은 바위). 연평도 토박이들은 섬 남동쪽 끝도 없이 넓게 뻗은 이 개펄을 ‘거문녀’라고 불렀다. “아 뻘(개흙)에 나오니까 날아갈 것 같네. 애기 때부터 놀던 곳인데.”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우리 군의 해상 사격훈련이 이어지는 긴박한 상황속에서도 연평도를 떠나지 않은 이기옥씨가 21일 해안가에서 채취한 굴을 보여주고 있다.
●총만 있으면 군인들 돕고싶어
다 떠나는데 연평도에서 단 한발짝도 나가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고향이잖아. 여기가 생활터전이고. 또 아들이 여기서 근무하고 있어. 버리고 갈 수 없지.”라고 말했다. 또 “북한 도발 목적이 우리를 여기에서 쫓아내려는 건데 그 의도대로 해주면 안 되지. 주민이 있어야 군인들한테 힘도 되고. 총만 있으면 돕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씨의 아들은 현재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군 복무하고 있다.
●요새화? 주민없으면 무슨 소용
연평도를 타이완의 진먼다오처럼 ‘지하요새화’하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하자, 이씨는 “요새화고 평화공원 조성이고 주민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겠어.”라면서 “주민들이 살 수 있게 정부가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는 게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평도의 겨울은 정말 추워. 우리 연평도 사람들은 겨울이면 ‘보일러가 쌀밥 먹고 사람은 보리밥 먹는다.’고 말하지. 대부분 기름보일러를 때는데 기름값이 워낙 비싸니까 생긴 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면세유도 좀 지원해 주고 식료품값도 육지 수준으로 낮춰주고 굴에 붙이는 세금 좀 깎아주면 주민들 다 돌아온다. 땅만 캐도 금 같은 굴이 나오는 곳에 누가 안 돌아오겠냐.”고 강조했다.
●굴 세금 깎고 지원하면 다 돌아와
이씨는 굴 캐는 일을 ‘맨손어업’이라고 불렀다. “맨손으로 개펄에 나가서 잔머리 안 쓰고 굴을 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평도 사람들 정직한 사람들이지. 나는 앞으로 평생 이렇게 맨손어업하면서 살고 싶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연평도 김양진·최두희기자 ky0295@seoul.co.kr
2010-12-22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