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농가 “최소 6개월은 입식도 못한 채 수입도 끊겨..재기할 수 있으려나”
‘경북 안동발 구제역’이 경기와 경기 북부,강원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전국적으로 27만8천530마리의 우제류(偶蹄類) 가축이 살처분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이에 따라 구제역 피해 농가에 대한 보상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구제역 확진 등으로 살처분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인 가축은 전국 21개 시군의 1천462개 농가에서 27만8천530마리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경북 15만3천100여 마리로 가장 많고,경기 9만7천400여 마리,충남 2만5천여 마리,경남,1천400여 마리,경북 1천200여 마리,강원 600여 마리 등이다.
축종별로는 돼지가 23만3천233 마리,소 4만3천714 마리,염소 1천365마리,사슴 218마리 등이다.
◇ 살처분 피해농가 보상금은..현재까지 2천700억원 추정=정부는 이들 피해 농가에 살처분 보상금과 생계안정자금 및 가축입식자금(융자금) 등 크게 세 가지 형태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우선 살처분 보상금은 살처분 당시 현지 가축 시세(평균 매매가격)의 100%를 원칙으로 하며,살처분 직후 보상금의 50%가 선 지급된다.
그러나 방역을 소홀히 한 농가나 구제역 의심 증세 지연 신고 시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에 따라 해당 농가에 대해서는 보상금의 20~40%를 깎아서 지급한다.
즉,구제역 의심 증상을 신고하지 않거나 지연신고로 해당 가축의 질병을 방역관이 확인했을 경우는 시세의 40%,의심 증세가 나타난 지 5일이 지난 지연 신고 시에는 60%,4일 이내 신고는 80% 등으로 차등 지급된다.
젖소 농가의 경우 우유값(乳貸.유대)도 최대 6개월간 보상받을 수 있다.원유를 폐기하는 비용도 국비로 지원한다.
이와 함께 살처분 농가에는 생계안정자금도 지급되는데,금액은 농가의 사육 규모에 따라 최대 1천400만원까지 차등 지원된다.
또 피해 농가가 새로 가축을 들여와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가축입식자금(융자금)은 해당 농가가 지원받은 살처분 보상금 지급 한도 내에서 연리 3%,2년 거치 3년 상환을 조건으로 지원된다.
아울러 기르던 가축이 살처분 되거나 구제역 발생에 따른 이동제한 등의 피해를 입은 농가에 대해서는 중.고생 자녀 학자금 1년치 면제,1년 내에 상환해야 하는 정책자금 상환기간 연장(2년)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구제역으로 폐쇄된 도축장에도 하루 평균 도축 마릿수,도축수수료 등을 감안해 지원이 이루어진다.
또 사료공장은 하루 사료생산실적과 영업정상화 기간,사료 판매가격 등을 고려해 대출금이 지원된다.
이를 토대로 현재까지 정부가 피해 농가에 지급할 살처분 보상금은 2천700억원 규모에 이르고 있으나,피해가 확산될수록 지급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 보상받더라도 ‘빚더미’..생활비.축사관리비.재입식 투자비 빼면=구제역 피해 농가에 대한 보상책은 다양하지만 정작 보상금을 받게 될 농가는 자식 같은 축우를 생매장하는 아픔만큼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보상에 긴 한숨만 내쉬고 있다.
무엇보다 피해 농가는 구제역 파동이 끝나고 나서 최소 6개월~1년은 입식이 제한돼 소득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
여기다 기나 긴 공백기간 중 방역과 축사 관리,시험 입식 후 본격 재입식에 따른 추가 투자 등을 감안하면 재기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
이날 구제역 확정 판정으로 65마리의 소를 살처분한 농장주 유모(59.춘천시)씨는 “그까짓 보상금을 받으면 뭐하나.최소 6개월간 입식이 금지되는 만큼 그동안 생활비와 축사 관리비,재투자로 쓰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며 “오히려 추가로 빚을 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씨의 경우처럼 65마리가 큰 소 기준으로 보상 책정됐을 때 2억여원의 보상금을 손에 쥐게 된다.
그러나 별다른 소득 없이 1년간 꾸준히 축사를 관리해야 하는데다 재입식 시기에 소 값이 급등하기라도 하면 그 차액은 고스란히 농가 채무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유씨는 “30년 넘게 소를 키운 나는 그나마 견딜 수 있겠지만,옆 농가에서 올해 처음으로 소를 기르다가 구제역을 만난 사촌 동생은 과연 재기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 같다”고 걱정했다.
춘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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