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히 출석’vs’체포 불가피’…경찰·노조 신경전

’당당히 출석’vs’체포 불가피’…경찰·노조 신경전

입력 2014-01-15 00:00
수정 2014-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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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건물 앞∼경찰 호송차까지 10여m 이동방식 두고 갈등

철도노조 지도부가 14일 오전 경찰에 자진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노조 지도부와 경찰이 그 방법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자진출석이 6시간여 지연됐다.

문제는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경찰 호송차까지 약 10여m 거리를 철도노조 지도부가 어떤 ‘모양’으로 이동하느냐였다.

철도노조 지도부는 이날 오전 자진출석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전 11시20분께 경찰 출두를 위해 민주노총 1층 로비로 내려왔다.

이를 본 경찰관들은 노조 지도부 체포를 위해 출입구 쪽으로 몰려들었고 결의대회를 위해 건물 앞에 모여 있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경찰을 막아서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결국 노조 지도부는 다시 건물 안으로 되돌아갔고 민주노총과 경찰은 철도노조의 자진출석 방법을 두고 물밑 협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철도노조 지도부가 민주노총 건물 밖을 나와 경찰 호송차까지 어떻게 이동할 것이냐가 갈등의 핵심이었다.

철도노조는 “철도파업은 합법이었고 노조 스스로 자진출석 입장을 정한 만큼 범죄자처럼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으로 끌려갈 수는 없다. 민주노총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제 발로 당당하게 걸어가 경찰차에 타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당국이 연일 엄정 대응 방침을 천명하는 상황에서 경찰도 눈앞에 있는 수배자를 두고 바라만 볼 수만은 없는 처지였다.

경찰은 “건물 밖에서 기자회견을 할 경우 체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찰과 노조 간 신경전은 민주노총이 “건물 앞 경찰을 모두 철수하지 않으면 철도노조 지도부의 자진출두는 없다”고 못박고 설훈 민주당 의원 등 현역 의원들이 적극 중재에 나서면서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철도노조 지도부는 건물 밖이 아닌 건물 1층 로비에서 출두 직전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고 지도부를 1층 정문 바로 앞에서 호송할 수 있도록 진로를 막은 플래카드를 철거해 이동 동선을 최대한 줄이기로 합의했다.

민주노총 건물을 나와 경찰 호송차까지는 현역의원들이 철도노조 지도부와 동행해 마지막 순간에 경찰에 지도부를 넘겨주기로 했다.

”혼자 당당하게 이동하겠다”는 노조 측 입장과 “건물 밖으로 나오면 체포할 수밖에 없다”는 경찰의 입장을 서로 절충해 마련한 해법이었다.

조계사에 있던 박 부위원장과 민주당사에 있던 최 대변인도 자진 출석 형식으로 스스로 경찰 호송차에 탑승했다.

박 부위원장은 ‘불자님들 그동안 정말 감사하고 고마웠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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