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검사’ 속전속결 수사…검·경 갈등 ‘불씨’

’해결사 검사’ 속전속결 수사…검·경 갈등 ‘불씨’

입력 2014-01-17 00:00
수정 2014-01-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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警 수사할 기미 보이자 檢 감찰 착수해 바로 수사

여성 연예인을 위해 병원장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해결사’ 검사가 구속된 가운데, 이번 수사가 이례적으로 신속히 진행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직 검사에 대한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의 기싸움 내지 신경전 양상도 나타나 주목된다.

대검찰청 감찰본부(이준호 본부장)는 연예인 에이미(32·이윤지)를 위해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병원장 최모(43)씨에게 압력을 행사해 돈을 받도록 해주고 병원장이 연루된 내사 사건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혐의로 춘천지검 전모(37) 검사를 16일 밤 구속 수감했다.

17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당초 경찰에서 시작됐다. 원래 고소는 지난해 10월31일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됐지만 검찰은 사건을 일주일 뒤인 11월7일 서울 강남경찰서로 이첩했다.

경찰은 자신의 병원 여직원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최 원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전 검사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에 경찰은 전 검사와 최 원장 사이의 통화 및 휴대전화 문자 교신 내역을 확인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를 위해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 허가를 법원에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허가서는 검찰을 거쳐 법원에 청구하게 된다.

통신내역 추적에 나선다는 것은 최 원장의 단순 고소 사건에 대한 수사에서 전 검사에 대한 인지 수사로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감지한 검찰이 재빨리 전 검사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고, 13일 착수 사실을 밝힌 지 이틀 만인 15일에 이례적으로 신속히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이미 전 검사에 대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은 상태였다. 전 검사는 구속영장 청구 당일인 15일 소환을 포함, 딱 두 번 조사를 받았다.

통상의 경우 수사기관이 범죄 첩보를 입수하면 피의자가 변명을 하더라도 반박할 수 있도록 증거 및 입증 자료를 충분히 축적하는 게 일반적인 절차다.

사전에 피의자의 주장을 듣지 않고 체포하거나 조사 도중에 피의자가 예기치 않은 주장을 내놓을 경우 수사가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검찰은 전 검사 관련 의혹을 약 2주 전에 파악해 감찰하면서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등 사실상 수사에 준하는 조치들을 해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검찰 수사가 급박하게 진행된 데에는 경찰의 ‘현직 검사 수사’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과 경찰은 최근 수년 간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치열한 갈등 양상을 드러내왔다.

검찰로서는 자칫하면 이번 수사로 인해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발언권이 위축될지 모른다고 우려했을 수 있다.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경찰의 ‘첫 임기제 청장’이었던 최기문 경찰청장 재임 시절인 지난 2005년부터 공론화됐다. 최 청장에 이어 취임한 허준영 경찰청장은 더욱 본격적인 ‘수사권 독립’을 추진해 검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난 2011년 김준규 검찰총장 시절에 경찰 측이 경찰의 ‘수사개시권’과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구분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 심각한 갈등이 촉발됐고 국무총리까지 중재에 나서는 논란 끝에 결국 김 총장이 반발, 자진 사퇴했다.

또 경찰이 현직 검사의 비리를 수사할 경우 입게 될 이미지 타격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독립관청으로서 엄격한 수사와 인권 보호의 임무를 지닌 검사가 평소 지휘하던 경찰에 의해 비위 사실에 대해 수사를 받는 상황은 피하고 보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수사는 ‘해결사’를 자처한 현직 검사의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가 본류이지만 검찰과 경찰의 해묵은 갈등이 재연될 수 있는 불씨도 안고 있는 셈이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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