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여ℓ 용적 송유관 파손…바다 유출량은 미지수
지난달 31일에 여수에서 유조선이 송유관과 충돌,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만 이틀이 지났지만 정확한 기름유출량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사고발생 직후 기름 유출량이 800ℓ라고 알려졌지만, 사고 발생 하루 만에 1만ℓ라는 해경 측 추정치가 나왔다.
방제현장에 투입된 이들은 생각보다 기름이 퍼진 정도로 볼 때 유출량이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2일 GS칼텍스 측에 따르면 사고 유조선이 부순 송유관은 모두 3개다.
각각의 지름이 36인치, 30인치, 18인치인 원유, 나프타, 원유보조관이다.
유조선이 부딪쳐 파손된 지점부터 기름을 잠글 수 있는 밸브까지의 거리가 100여m에 달해 3개의 송유관의 용적은 13만1천ℓ라고 관계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사고 당시 송유관에 기름이 가득 차 있었다면 13만여ℓ가 바다로 쏟아졌다는 말이다.
더구나 충돌사고가 발생한 지난 31일 오전 10시 5분께부터 밸브를 잠가 추가 유출을 막은 시각이 10시 30분으로 25분 동안이나 걸려 그동안 기름이 계속 세어 나갔을 가능성까지 더하면 기름 유출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송유관 주변 상시 오일펜스를 넘어 먼바다로 유출된 기름의 양이다.
방제작업에 나선 해경은 육안으로 확인 결과 유출량이 1만ℓ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해경의 추정치는 기름띠가 더 넓게 퍼지면 또다시 달라질 수 있는 추정치다.
해경 측은 통상 1㎛ 두께의 엷은 기름막이 약 1㎢ 반경에 퍼지면 1천ℓ의 기름이 유출된 것으로 본다. 현재 기름막이 약 10여㎢에 퍼져 있어 이 같은 수치를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유관에서 기름유출이 시작된 탓에 해경과 GS칼텍스 측은 정확한 기름유출량을 규명하지 못하고 ‘조사 중’이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현장에서 방제 작업을 하는 신덕마을 주민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발표보다 기름 유출량이 훨씬 많은 것 같다고 추정하고 있다.
마을 앞 해변 바위를 까맣게 뒤덮은 기름양을 볼 때 관계 당국이 발표한 유출 추정치가 얼토당토않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유출된 원유와 나프타의 휘발성분이 증발, ‘오일볼’이나 ‘타르볼’이 형성돼 오일펜스를 넘어 퍼질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계 당국은 추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방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피해 보상문제는 방제작업이 마무리돼야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를 일으킨 선사 측에서는 10억 달러의 선주 상호보험(P&I)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어민 피해 보상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양 유류오염 사고는 사고 경위 등을 떠나 일차적으로 사고 선박(1천300억 한도)이, 2차로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가 배상 책임을 지게 돼 있다.
문제는 보상률과 보상 시기다.
지난 1995년 발생한 시프린스호 기름 유출 사고의 보상률이 28.8%에 그치고 국내 기름 유출 사고의 보상률이 10% 미만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소송이 지난하게 진행되기도 한다. 태안지역 기름유출 사고는 6년여가 지났지만 피해주민들이 사정재판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이 7만1천789건, 국제기금이 이의를 제기한 소송이 6만3천141건으로, 이중 무려 12만여건에 달하는 소송이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대형사고였던 시프린스호 기름유출사고와 태안 기름유출사고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있었지만 이번 여수 사고는 상대적으로 기름 유출 규모가 작아 이마저도 미지수다.
실제로 전날 사고현장을 방문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보상문제는 원유사하고 보험회사가 해야 할 일이다”고 선을 그으며 “정부는 방제에 신경 써 피해최소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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