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간 거래 정지 처분 8곳뿐…솜방망이 처벌 비판
지난 1월 말 서울 군자역 지하상가에서 옷을 산 대학생 황모(21·여)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가격표엔 2만5천원으로 적혀 있었지만, 카드 결제 후 영수증을 보니 2천원이 더 추가된 2만7천원이 결제돼 있었다.
황씨가 계산이 잘못된 것 같다고 얘기하자 가게 직원은 카드로 계산하면 ‘부가세’가 붙어 10%를 더 줘야 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고, 그래도 500원 빼준 것이라며 되레 면박까지 줬다.
고등학생 이모(17·여)양도 신발을 사러 갔다가 비슷한 일을 겪었다. 가격표에 3만8천원으로 적힌 것을 보고 카드를 내밀었더니 “현금으로 결제하지 않으면 카드 수수료 1천원과 부가세 몇천 원을 더 내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
12일 여신금융협회(이하 여신협회)에 따르면 카드 결제 시 소비자들에게 부가세를 요구하며 가격을 올려받는 불법행위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가맹점들이 카드 수수료와 단말기 통신료 등에 갈수록 부담을 느껴 오히려 이 같은 현실이 더 늘어나는 추세다.
여신협회와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신용카드 불법거래감시센터’에 접수된 관련 피해신고는 2010년 3천567건에서 2011년 4천95건, 2012년 4천863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2천800건 이상 접수됐다.
부가세나 카드수수료 등 추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 및 카드가맹점 규약에 의해 금지되며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신용카드 불법거래감시센터 역시 수수료를 받거나 카드 결제를 거부한 부당 사례가 접수되면 카드사에 통보하고, 조사결과 혐의가 확인되면 소비자 피해 사례로 등재해 가맹점에 대해 경고나 카드 거래정지 등의 조치를 한다.
1회 등재 시 ‘경고’, 2회 등재 시 ‘1개월 거래 정지’, 3회 등재 시 ‘2개월 거래 정지’ 처분을 받게 되며, 4회 등재 시에는 ‘모든 카드사와의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형사처벌까지 이어진 사례는 한 건도 없고, 대부분 일회성 경고 조치에 그치고 있다고 여신협회 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4년간 카드 거래 정지 처분을 받은 가맹점들이 8건에 불과하다.
신고 등재 자료를 보면 2010년 경고 426건·1개월 정지 2건, 2011년 경고 184건·1개월 정지 3건, 2012년 경고 167건·1개월 정지 3건, 2013년 경고 만 114건 등이다.
신고와 민원은 느는 데 반해 처벌 건수는 해마다 주는 셈이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고 카드사를 통해 실제로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도 드물어 적극적인 조치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권익보호 단체들은 금융당국이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실질적인 처벌이 없는 상태로 규정을 운영해 법의 사각지대에 선 소비자만 불합리하게 대우받고 있다”면서 “시장의 의도에 맞게 자영업자에게 권한을 주던가, 그게 아니라면 법의 취지대로 규정을 명확하게 운영해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카드수수료를 추가로 요구해 정해진 가격보다 비싸게 주고 물건을 구입한 경우 여신금융협회와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신용카드 불법거래감시센터’에 신고하거나 한국소비자원 등 소비자 단체에 상담하면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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