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분 45초 분량… 비정한 승무원 ‘생생’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목포 해양경찰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28일 해경이 뒤늦게 세월호 구조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해경이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의 교신 내용도 늦게 공개한 데다 이번에는 압수수색을 앞두고 영상을 공개하면서 “해경이 검찰 수사를 의식해 언론 플레이를 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놓쳐버린 골든타임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 신고를 받고 처음 출동한 목포해경 소속 경비함 123정의 한 직원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영상. 오전 9시 39분 해경 구명보트가 크게 기울어진 세월호에 근접하고 있다. 오전 9시 45분 경비정이 선체에 다가가자, 세월호 선원들이 급히 구조함으로 옮겨 타고 있다. 오전 9시 49분 세월호 승객 일부가 배에서 탈출해 바다에 뛰어들고 있다. 오전 9시 51분 구명보트에 구조된 사람들이 경비정에 오르고 있다. 오전 10시 7분 해경이 90도 가까이 기울어진 세월호의 창문을 깨고 로프를 넣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오전 10시 17분 세월호가 완전히 기울어져 물에 잠기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해양경찰청 제공
총 9분 45초 분량의 이 영상에는 승무원들이 제복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뒤 가장 먼저 도착한 구조정에 올라타 도망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들은 바로 코앞에 있던 구명벌도 작동시키지 않은 채 탈출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선장 이준석씨는 팬티 차림으로 발버둥을 치며 경비정에 옮겨 타는 모습이 그대로 찍혔다.
해경이 구조 당시 영상을 사고 발생 13일 만인 이날 공개한 데 대해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는 “해경이 미숙한 초동 대처로 생존이나 구조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인 골든타임을 허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잠재우려고 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해경이 공개한 VTS와의 교신 내용이 조작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해경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비함 123정이 연일 사고 수습을 하느라 육지에 입항하지 않은 채 해상에서 수색을 했고 자체 자료 전송 시스템이 없어 보관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해경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앞두고 공개한 이유에 대해 “오늘 영상을 공개한 것은 압수수색과는 상관 없다”면서 “(승무원들이 집단 탈출하는 장면을 촬영하고도 공개하지 않는 등) 계속 쉬쉬한다는 이야기가 나와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더 일찍 공개하지 않은 것은 합수부에서 가져간 자료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진도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4-04-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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