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강제 낙태·단종 어떻게 이뤄졌나

한센인 강제 낙태·단종 어떻게 이뤄졌나

입력 2014-04-29 00:00
수정 2014-04-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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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낙태·단종을 당한 한센인들에게 처음으로 국가 배상 판결이 내려져 한센인들이 일부나마 한을 풀 수 있게 됐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민사2부(유영근 부장판사)는 29일 한센인으로 낙태·단종을 당한 원고 19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에게 각각 3천만∼4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을 지원한 한센인권변호단에 따르면 한센인들은 한센병에 걸렸다가 완치된 회복자들로 전혀 전염성이 없는데도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채 평생을 차별과 편견 속에 살아왔다.

원고들이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은 국가에 의한 강제 격리, 강제 절멸 정책을 비롯한 단종·낙태의 비인도적 인권침해 진상을 밝히고 사회적 차별을 고발하려는 취지에서다.

또 대한민국의 잘못에 대한 사과와 이에 따른 국가배상을 당당히 요구해 경제적 이익과 더불어 명예회복 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다.

대한민국은 1937년 일제 강점기 때부터 한센인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정관수술을 전제로 한 부부동거가 1945년 해방 직후 전폐됐음에도 소록도 한센인 사이에 자유결혼과 그에 따른 신생아 출생이 늘어나자 1948년 소록도 내 부부 동거자들에게 강제로 단종수술을 재개했다.

또 한국전쟁 중인 1951년 10월에 정관수술 미시행 동거자와 신규 동거자들에게 일제히 정관수술을 시행했다.

이후 소록도병원에서는 반드시 정관수술을 받아야만 가정집을 배정받아 부부동거가 허용됐고, 동거 중 임신이 된 경우에도 병원에서 호출을 받아 강제 낙태를 당해야 했다.

이날 재판의 원고 가운데 한 사람인 양모(71·여)씨도 “임신하면 강제로 중절 수술을 하게 하고 거부하면 퇴소 조치한다고 하니 사회적 차별을 생각해 거부하지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며 “병든 것도 서러운데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해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살아왔다”며 눈물을 훔쳤다.

소록도에서 이러한 강제단종 후 부부동거 제도는 적어도 1990년도까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록도에서의 강제 단종, 낙태를 전제로 한 부부동거는 인천 성혜원, 익산 소생원, 칠곡 애생원, 부산 용호농원, 안동 성좌원 등 내륙에 설치된 국립요양소와 그 정착촌에도 그대로 시행됐다.

특히 정부가 한센병 회복자들에게 자행한 강제 단종과 낙태는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이 이뤄졌다.

다만 소록도병원장의 ‘요양소 수용환자 준수사항’에 ‘부부동거는 정관수술을 받은 자에 한해 이를 허가한다’고 규정하고 ‘각 환자 준수사항을 위반할 경우 이를 처벌한다’는 처벌규정을 두고 있었으며 이는 1980년대까지 이어졌다.

이번 재판부도 이 같은 국가에 의한 강제적 반인권 행위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률상 동의나 승낙이 없음에도 수술을 할 수 있느냐, 임신중절은 절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법의 취지이고, 정관수술은 모자보건법에 따라 장관의 명령으로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며 “임신중절과 정관절제 수술은 인간 본연의 욕구와 기본적인 행복추구권을 제한하고 원고에게 죄의식과 수치심을 주는 반인권적 반인륜적 성격이 강하다”고 질타했다.

한센인권변호단의 한 관계자는 “국립소록도병원 등에서 낙태·단종은 그 과정의 폭력성, 강제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법률에 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편적 인권으로서 자식을 낳고 양육할 수 있는 권리를 짓밟는 것으로 수십 년에 걸친 국가에 의한 집단 학살(Genocide)에 다름 아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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