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존엄성·가족 고통 고려, 원심보다 중형 선고하나뿐인 형사부 공정재판에 영향없나…증설 필요성 제기
광주고법 형사부가 반인륜적 살인범들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훨씬 무거운 형을 잇따라 선고했다.광주고법 형사1부(서경환 부장판사)는 26일 살인범 2명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보험금을 노리고 여성을 살해하고 바다에 유기한 일명 여수 백야대교 살인사건의 주범 신모(36)씨와 편의점에 들어가 돈을 빼앗으려다가 젖먹이를 안고 있는 여주인을 살해한 장모(30)씨가 해당 피고인들이다.
신씨는 1심에서 징역 30년을, 장씨는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면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돼야 할 처지에 놓였다.
재판부는 지난 19일에도 동거녀 살해범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잇단 중형 선고의 배경은 생명의 존엄성이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절대적’ 가치라고 규정했다.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사망이라는 결과가 가져온 가족의 고통도 반영됐다.
백야대교 살인 사건 피해 여성은 어린 아들을, 편의점 강도살인 사건 피해 여성은 사건 발생 당시 안고 있던 생후 8개월 아이를 비롯해 자녀 5명을 키우고 있었다.
재판부는 일찍 결혼해 고생만 해 온 피해자를 생각하며 남편, 시부모, 친모는 충격뿐만 아니라 죄책감에도 시달리게 됐다고 전했다.
동거남에 의해 목숨을 잃은 여성도 전 남편과의 사이에 낳은 자녀 4명이 있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는 동거남의 지속된 폭력에도 피해자 혼자 고통을 감당하게 한 공권력 등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거론하며 늦게라도 피고인을 엄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피해자는 물론 가족 등 주변인의 삶까지 황폐화한 살인범에 대해 재판부가 강력한 단죄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경악할만한 강력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심신미약 등 법리적 조건을 내세워 ‘솜방망이’ 처벌한 몇몇 사례와 대비된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재판부의 성향이 뚜렷하게 드러날수록 재판의 공정성이나 형평성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지역 법조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특히 광주고법에는 형사 재판부가 하나뿐이어서 인사 주기인 1년마다 소속 판사들의 성향에 따라 양형이 편차를 보일 수도 있다.
광주고법 형사부 재판장이 누구냐에 따라 피고인, 검찰, 변호인 등의 기상도가 달라진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에서는 징역 10년 이상 사건에 대해서만 양형 심리를 하고 있어 양형에 관해서는 항소심이 사실상 최후 단계의 재판인 경우가 많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형사부가 유일하다 보니 광주지법, 광주지법 목포·장흥·순천·해남지원의 형사 합의 사건의 항소심을 모두 도맡아 업무 부담 차원에서라도 형사부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양형 기준이 갈수록 세분화되는 등 양형에 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판사도 사람이다 보니 성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견제와 균형을 이루려면 형사사건을 특정 재판부가 독점하기보다 복수의 재판부에 업무를 분산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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