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장애 남편 맞이한 백정연씨 “누구보다 정신 건강해”
“남들보다 어렵게 시작하는 만큼 나누는 삶을 살고 싶어요. 장애에 대한 편견을 사랑으로 극복한 저희가 희망이 됐으면 해요.”사랑으로 ’장애’ 벽 허문 아름다운 인연
사랑으로 장애라는 벽을 넘어 지난 6일 결혼한 척수장애인 이승일(43.왼쪽)와 백정연(35.여)씨.
사진=백정연씨 제공
사진=백정연씨 제공
사랑의 꽃을 피운 지 1년 하고도 이틀째 되던 지난 5일 이들은 백년가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날이 오기까지 수많은 날을 눈물로 지새워야했다.
’장애’라는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이씨는 하반신을 움직일 수도, 감각을 느낄 수도 없는 반신불수의 척수장애인이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30대 초반이던 10년 전 인도 여행 중 갑자기 용변 조절을 하지 못하게 되더니, 일주일 새 하반신 근력과 감각 기능도 없어졌다.
”인도 병원 의사 말로는 바이러스 때문이라는데 정확한 건 몰라요. 돈 아낀다고 먹었던 현지 음식들이 안 맞았나보죠. 근데 죽고 싶다는 생각은 딱 10초만 했고 즐겁게 살고 있어요.” 인생이 바뀐 순간을 이씨는 이렇게 유쾌하게 전했다.
이들은 직장이 같은 건물에 있어 오가며 마주치다 백씨의 환한 미소에 이씨가 반해 1년 전 교제를 시작했다.
백씨는 7일 “남편은 한창 나이에 갑자기 장애인이 됐지만 자신감이 넘친다”며 “누구보다도 정신이 건강하고 밝다는 생각이 들어 결혼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을 설득하는 과정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고민 끝에 가족에게 결혼 결심을 알렸지만 “장애인 남편은 안 된다”는 극심한 반대에 부닥쳐야 했다.
이별의 위기 속에 울고 화도 내어가며 끈질기게 설득한 백씨의 확신 앞에 결국 허락이 떨어졌다.
새 출발을 앞두고 두 사람은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청첩장에는 ‘축의금 일부는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쓰인다’는 문구를 넣었다.
세 쌍둥이를 낳겠다는 부부는 출산과 자녀 생일 등 특별한 날마다 기부를 할 계획이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나누면서 의미를 아로새기자는 의미다.
”육체적인 부분은 제가, 정신적인 부분은 남편이 더 채우면서 살 거예요. 다음 세대엔 장애를 부끄러운 것이 아닌 삶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는 날이 올겁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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