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사라져 정화기능 상실, 오염물질 쌓여
“영산강은 우리가 봐 왔던 하천의 물이 아닙니다. 생명을 잃은 물입니다.”영산강 바닥에서 퍼올린 검은뻘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8일 오전 영산강 승촌보에서 강바닥 뻘을 채취해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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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배를 타고 승촌보에서 상류 방향으로 500m쯤 떨어진 곳에서 강바닥의 흙을 채취했다. 영산강에서 강바닥 흙을 채취해 성분조사를 하는 것은 승촌보 건설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버(grabber)라는 채취장비에 담겨 올라온 것은 흙이 아니라 검게 썩은 뻘이었다.
손으로 떠올리자 시궁창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박 교수가 강바닥 흙을 채취한 곳의 유속은 초속 8~9cm로 낙동강의 하류 지점과 비슷했다.
승촌보가 들어서기 전 초속 50cm 정도의 유속을 보인 것에 비하면 유속이 크게 떨어진 셈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보가 있기 전에는 강바닥이 모래층으로 이뤄졌으나 준설공사로 모래가 사라지고 뻘로 덮인 것으로 보인다.
승촌보가 건설된 지 3년여 만에 모래의 정화 기능도 함께 사라지면서 영산강은 오염물질이 그대로 뻘이 되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다.
박 교수는 “보통 오염물질은 하류까지 쓸려가는데, 승촌보가 생기면서 쌓이게 됐다”며 “강바닥 흙 속에는 모래 성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염된 물질이 최소 10cm 이상 모래층 위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영산강의 오염 실태에 대해 “승촌보 주변은 유속이 있어 괜찮겠지만 다른 하천 바닥은 이런 뻘로 전부 코팅됐을 것”이라며 “무산소층이 되면서 강바닥 생물은 전멸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천의 저수량을 늘려 수질을 개선해 강을 살린다는 4대강 사업의 본래 취지가 무색한 대목이다.
환경 관련 전문가들은 4대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보의 수문을 열어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보를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물을 막지 말고 흐르게 하면서 강의 자연성과 원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4대강 사업의 목적대로 이뤄졌는지 철저하게 확인하고 피해 정도와 문제점을 조사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산강은 3년 연속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최근에는 상류지역에서 외래종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가 대량번식하는 것이 확인되는 등 4대강 사업 이후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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