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대 횡령·배임·사기 혐의
’통신 마피아’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배종혁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혐의로 24일 장병권(45) 한국전파기지국 부회장을 구속했다.이날 한국전파기지국에서 부사장을 지낸 옛 정보통신부 공무원 출신 최모(61)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김승주 영장전담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 부회장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계열사로부터 담보 없이 돈을 빌리거나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급보증을 세워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그만큼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장 부회장은 회사 명의 대출 보증서류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거액의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이 현재까지 확인한 장 부회장의 횡령·배임·사기 혐의 액수는 500억원대다.
검찰은 이들이 옛 정보통신부 등 관가를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장 부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려 셋톱박스 제조업체 홈캐스트 등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데 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는 제이비어뮤즈먼트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2012년말부터 경쟁업체인 홈캐스트 지분을 꾸준히 매입했다. 지난해 초 최대주주에 올랐고 기존 경영진과 분쟁 끝에 최근 경영권을 확보했다.
검찰은 장 부회장이 사업비를 부풀리거나 자신이 대표로 있는 신흥정보통신 등 특수관계사에 일감을 몰아주며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금흐름을 계속 추적 중이다. 신흥정보통신은 그의 부친 장석하(77) 한국전파기지국 회장이 설립했고 2002년 한국전파기지국의 최대주주가 됐다.
검찰은 한국전파기지국이 WCDMA(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와 와이파이(WiFi) 등 각종 이동통신서비스에 필요한 기지국 공용화 사업을 독점적으로 수주한 뒤 대부분을 신흥정보통신에 하청을 주는 구조를 통해 이런 비리가 저질러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흥정보통신은 2002년 한국전파기지국으로부터 4억원어치 일감을 수주했으나 회사를 인수한 뒤 2002년 수주액이 54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2012년에는 매출액 611억원의 80%를 넘는 512억원이 내부거래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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