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학부모 200여명 ‘발동동’…경희대 별도 고사장 마련
15일 오전 광주발 용산행 새마을호 열차가 중간에 고장으로 멈춰서면서 서울소재 대학에서 수시 논술 전형을 보기 위해 상경하던 수험생과 학부모 200여명을 경찰이 구급차까지 동원해 긴급수송하는 일이 벌어졌다.이날 성균관대와 경희대 등에서 치러진 수시 논술 전형을 보기 위해 지방에서 열차로 상경하던 수험생 98명은 하마터면 지각으로 시험을 보지 못할 뻔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5분께 신탄진역과 매포역 사이에서 광주발 용산행 ITX 새마을호 열차가 기관 고장으로 멈춰섰다. 이 여파로 뒤따르던 열차 19편이 길게는 1시간 56분 동안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특히 고장 열차에는 다른 승객 300여 명과 함께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수시 논술시험을 보러 가던 수험생 10명과 학부모들이 타고 있었다.
이날 오후 서울에서는 성균관대와 경희대에서 수시 논술 시험이 치러졌다.
코레일은 택시를 이용해 고장 난 열차에 타고 있던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오송역으로 이동시켜 오후 1시 57분 KTX를 타도록 조치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고장 난 새마을호 열차에 타고 있던 수험생뿐만 아니라 후속 열차에 타고 있던 다른 수험생들도 운행 지연으로 시험에 지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코레일은 수험생들이 서울역과 용산역에 도착하자마자 시험을 보러 갈 수 있도록 경찰, 119 등에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대학에도 수험생들이 늦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다.
이같은 내용을 통보받은 서울 남대문경찰서와 용산경찰서는 경찰버스를 준비해 수험생 98명과 학부모 111명 등 209명에 대한 긴급 수송에 나섰다.
수험생 중 94명은 성균관대에서, 4명은 경희대에서 수시 논술 시험을 치르러 상경하던 중이었다.
남대문서는 성균관대에 88명의 학생과 106명의 학부모를 이동시켰고 경희대에는 4명의 학생을 태워줬다.
용산서는 6명의 학생과 5명의 학부모를 성균관대로 옮겼다.
경찰은 경찰버스와 순찰차, 소방 구급차, 모범택시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차량을 동원했다.
경찰은 차량이 막히는 구간에서 수험생들이 탄 차량이 먼저 통과할 수 있도록 에스코트를 벌이고 신호등 신호까지 개방하는 긴박한 ‘수송 작전’을 벌였다.
오후 3시 수시 논술 시험이 예정된 경희대는 열차 고장으로 늦은 4명의 학생을 위해 별도 고사장을 마련했다. 이들 학생은 4시 30분에 따로 시험을 봤다.
경희대 관계자는 “수험생들이 차질 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열차표를 소지한 학생에 한해 별도 고사장에서 시험을 보도록 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오후 시험 시간이 4시 40분이어서 열차 지연으로 늦게 도착한 학생 전원이 제시간 안에 도착해 시험을 봤다고 밝혔다.
경희대에 오후 3시 20분부터 차례로 도착한 수험생 4명은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동대구에서 KTX를 타고 온 이인용(18)군은 “대전부터 열차가 밀리기 시작하더니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 늦은 오후 2시 40분에 도착했다”며 “서울역에 내렸더니 경찰차와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고, 지각한 학생들은 성균관대 등 다른 학교 학생까지 합하면 100명 정도가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군은 “열차 안에서 많이 당황했다. 부모님 얼굴이 떠오르고 3년간 노력한 게 날아가면 안 되는 데 하는 걱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북 왜관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온 김민경(18)양은 열차가 밀려 수원에서 KTX로 갈아타고 서울역에 왔고, 이후 경찰차를 타고 오후 3시 20분 경희대에 도착했다.
김양은 “시험에서 많이 긴장하는 편인데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힘이 빠져 버려서 오히려 긴장은 안 된다”며 “액땜한 셈 치겠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다른 기관차를 이용해 고장 열차를 신탄진역으로 옮긴 뒤 정확한 고장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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