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터미널 건달 ‘철마늑대’ 찜찜한 구속

부산터미널 건달 ‘철마늑대’ 찜찜한 구속

입력 2014-11-29 00:00
수정 2014-11-29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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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행패, 상인들 보복 두려워

“조용히 밥만 먹으면 우리도 밥 한 그릇은 공짜로 줄 수 있어요. 그런데 다른 손님한테 욕설을 퍼부어 놀란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부산 금정구 노포동 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서 10년째 온갖 행패를 부리다 28일 구속된 서모(57)씨의 사연이 회자되고 있다. 이곳에서 일명 ‘철마늑대’로 불리는 서씨는 아무도 못 건드리는 건달이었다. 배가 고프거나 술이 생각나면 눈에 보이는 식당 아무 곳에서나 마음대로 먹고 돈은 한번도 내지 않았다. 2005년 5월부터 최근까지 부산종합버스터미널 내 식당과 제과점, 분식점 등 영세상인을 상대로 무전취식하며 상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돼 왔다. 터미널 경비원 윤두수(66)씨는 “서씨가 날마다 술을 마시고 승객들에게 행패를 부려 경비원들과도 자주 싸웠다”며 “서씨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황제처럼(?) 군림하던 서씨의 구속 소식을 반기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 보복도 두렵지만 그의 안타까운 사연 때문이다. 부산의 명문 고교를 중퇴한 서씨는 10여년 전 암에 걸린 부인의 치료 때문에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간호했으나 퇴직금을 병원비로 모두 써 버리자 투병 중인 부인과 이혼하고 노숙자 생활을 전전했다. 현재 부인은 두 딸이 번갈아 가며 간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 정모(45)씨는 “행패를 부리던 서씨가 구속돼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속이 후련하지만 몇 달 뒤 풀려나면 다시 찾아와 보복하지 않을까 두렵다”고 밝혔다.

부산 오성택 기자 fivestar@seoul.co.kr

2014-11-2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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