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총 협박·폭행’ 사람잡는 외국인 보호소

‘가스총 협박·폭행’ 사람잡는 외국인 보호소

입력 2016-04-20 09:36
수정 2016-04-2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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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 직원 3명 폭행 혐의 불구속 입건, 이주노동자 “아파도 진료 제대로 못 받아”

청주 외국인 보호소에 수용된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가 직원들에게 협박과 폭행 등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자살을 기도한 것과 관련 보호 외국인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청주 이주민 노동인권센터와 청주 외국인 보호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1시 30분께 청주 외국인 보호소 시설에 구금 중이던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A(33)씨가 2m 이상 높이의 철창 살에 끈을 묶고 목을 매 자살을 시도했다.

A씨는 곧 외국인 보호소 직원들에 의해 발견돼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다.

외국인보호소 관계자는 “직원과 보호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상황에서 돌발적으로 이뤄진 사고”라며 “신속한 구조로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보호소 직원들이 자신을 폭행, 고소한 사건 이후 보복 조치로 아파도 외부 병원에 보내주지 않는데 반발, 극단적인 시도를 한 것이라고 청주 이주민 노동인권센터 관계자는 전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외국인 보호소 직원 3명이 자신을 폭행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냈다.

A씨는 소위 반장이라고 불리는 직원이 가스총을 손에 들고 ‘쏴 죽이겠다’며 협박했고, 계속해서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폭행당해 아픈데도 외부 병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8차례 외부 병원 진료를 받긴 했지만 의사가 형식적으로 진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A씨는 “병원 치료를 받아 건강을 회복,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결혼도 하고 싶다”며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청주 외국인 보호소 측은 그러나 “A씨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며 “외부 병원에서 진료받고 싶다는 요구를 대부분 들어줬다”고 일축했다.

청주 외국인 보호소 측은 “폭행으로 생겼다는 상처는 습진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불법 체류자인 A씨가 강제 출국을 피하려고 직원들에게 폭행당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은 경찰은 그러나 폭행당했다는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부 직원들의 진술을 확보, 폭행 혐의(독직 폭행)로 이 보호소 직원 3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지난달 송치했다.

비슷한 시기에 이 보호소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피해 사례도 추가로 나왔다.

스리랑카인 C씨는 지난해 청주 외국인 보호소 직원 2명이 자신을 의자에 묶어놓고 폭행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추가 조사를 벌여 조만간 해당 보호소 직원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외국인 보호소에서 발생하는 폭행이나 가혹행위 논란과 관련, 외국인 노동자를 대하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안건수 청주 이주민 노동인권센터장은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단순한 경제적 도구가 아닌, 인권을 누려야 할 인격체로 대할 때 가혹행위나 폭행 논란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 퇴거 집행이 주목적인 외국인 보호소의 인권 침해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무부의 ‘외국인 보호규칙’상 외국인 보호시설은 말 그대로 ‘보호’를 위한 시설이어서 일반적인 범법자 수용시설처럼 운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실제로 외국인 보호시설에 머무는 외국인은 도주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간주, 보호시설 소장이 정하는 계획표에 따라 생활해야 하는 등 개별 활동이 제한된다.

이렇다 보니 사실상 구금 시설 역할을 하면서 외국인 보호소가 인권 침해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익 인권법 재단 ‘공감’의 박영아 변호사는 “외국인 보호소 직원들의 인식 개선이나 내부 근무 지침 강화라는 단기적인 개선책뿐만 아니라 수감자들의 생명과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지 않으면서 인권을 보장하는 근본적인 보호소 운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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