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가슴 쓸어내린 학생들…14명 연기 흡입으로 병원 이송
“화재 경보음이 울려서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연기가 나고 있었어요.”놀란 학생들은 고개를 숙인 채 교복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
일부 학생은 어지럼증과 메스꺼움을 호소하며 헛구역질을 했다.
한 학생은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친구가 그곳에 있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가긴 어딜 가, 여기 있잖아…”
친구의 위로에 옆에 있던 다른 학생들도 덩달아 울며 서로를 위로했다.
20일 오전 11시 52분께 강원 춘천시 중앙로 2가 유봉여자중학교 내 2층 가사실습실에 불이 났다.
3교시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교실을 나선 A(31·여) 교사는 바로 옆 가사실습실 문 틈새로 매캐한 냄새와 함께 새어 나오는 연기를 발견했다.
당시 수업이 없어 문이 잠겨 있는 데다 내부 상황을 알 수 있는 창문은 없었다.
화재를 직감한 A 교사는 곧장 교무실로 달려가 구철진(39) 학생안전부장에게 사실을 알렸다.
구철진 부장이 동료 교사와 함께 실습실 문을 열자 순간 검은 연기가 얼굴을 확 덮쳤다.
이미 내부가 시커먼 연기에 뒤덮인 상황에서 소화기로 끄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119에 곧장 신고한 뒤 대피안내 방송과 함께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담임 선생님들은 자신의 반 아이들을, 비담임 선생님들은 화장실 등 교실 외에 학생들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니며 “거기 누구 있니?”를 외쳤다.
실습실과 같은 층에 있던 학생들은 교과서와 필기구를 정리하지도 못한 채 곧바로 뛰쳐나갔지만,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학생들은 “이거 연습이야? 장난 아니야?”라고 반신반의하며 심각하게 뛰어나가지는 않았다.
학생과 교사 등 520여 명은 10분여 만에 운동장으로 전원 대피했다.
대피학생 중 14명이 가벼운 연기 흡입 등으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다행히 불은 소방당국에 의해 20여 분만인 낮 12시 11분께 꺼졌다.
소방당국은 누전으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현장을 정밀 감식 중이다.
학교 측은 학생들을 전원 귀가시키고, 현장 정리 상황을 지켜보며 수업진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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