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과학대회에 제출된 자료들, 알고보니 일베 ‘운지벌레’ 충격

초등학생 과학대회에 제출된 자료들, 알고보니 일베 ‘운지벌레’ 충격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6-04-23 11:07
수정 2016-04-23 11:5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에 올라온 운지벌레(아래)와 현무당벌레.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에 올라온 운지벌레(아래)와 현무당벌레.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하는 ‘제34회 글로벌청소년과학탐구대회’ 예선에서 초등학생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가상의 곤충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 대거 탈락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식용 곤충이었다.

서울 강북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교 예선에 참가한 학생 12개팀 중 11개팀이 ‘운지벌레’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다. 운지벌레는 실제 곤충이 아니다. ‘운지’라는 말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 게시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사망을 비하하는 은어로, 여기에 ‘벌레’를 붙인 것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지난달 올해 대회의 초등학교 고학년 연구 주제로 식용 곤충을 지정하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식용 곤충에 대해 알려 달라’는 초등학생들의 질문이 수백개 쏟아졌다. 이를 본 한 일베 회원이 지난달 20일 한 포털 사이트에 ‘곤충을 먹자’(Eat a Bug)라는 단체의 전직 부회장을 사칭해 ‘운지벌레’를 식용 벌레로 소개하는 글을 올렸고, 초등학생들은 이 정보를 베껴 자료로 냈다가 각 학교 예선에서 탈락했다.

서울 지역 예선을 주관하는 서울과학전시관 박순엽 연구사는 조선일보에 “과학탐구대회는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만 600개 초등학교 학생 3만 60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행사”라며 “아직 예선이 진행 중이라 정확한 피해 학생 수를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수천명이 (일베 자료에) 속아 탈락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관계자는 “운지벌레에 대한 토론자료를 제출한 사례가 있다는 연락이 재단 쪽으로 몇 차례 와서 시·도 관계자에게 통화와 메일을 통해 주의하자고 전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초등학생들이 논문을 읽을 수 없으니 주로 인터넷에서 자료를 많이 가져와서 생긴 일”이라며 “이번 경우는 예선에서 모두 걸렀으며, 정확한 학생 수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극우 성향 네티즌들은 만우절인 지난 1일에도 노 전 대통령의 이름 ‘무현’을 뒤집은 ‘현무당벌레’라는 이름의 가짜 식용 벌레 정보를 인터넷에 유포시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5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1 / 5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