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권 없애고 리셉션도 포기…문화예술계도 김영란법 ‘강타’

초대권 없애고 리셉션도 포기…문화예술계도 김영란법 ‘강타’

입력 2016-09-25 10:43
수정 2016-09-2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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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규모·위상 위축 우려, “행사예산 확보·수익도 차질”

청탁 금지를 주요 골자로 한 ‘김영란법’의 여파가 공직사회와 언론계 등을 넘어 문화예술계도 강타하고 있다.

각종 문화행사 및 축제 조직위가 이 법(시행 예정 9월 28일)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행사를 축소하거나 초대권 발행을 철회하는 등 벌써 몸 사리기에 들어가면서 문화예술계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영란법이 초대권과 리셉션 등 축제 기간에 주어지는 모든 무료, 할인혜택을 합산해 5만원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초대권을 받아 아무렇지 않게 입장을 한 각 기관장이나 공무원, 심지어 언론인과 평론가들마저도 이제는 자비로 티켓을 구매, 입장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행사 개최에 영향력이 있는 이들의 관심이 줄다 보면 자연스레 문화예술 관련 행사의 규모나 위상이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북도는 오는 29일 개막하는 전주 세계소리축제의 초대권을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행사의 뒤풀이 성격인 리셉션 일정도 최근 취소했다.

이전 행사 때는 단체장과 관련 공무원, 취재 기자들에게 최대권 또는 무료 취재카드, 식권 등을 따로 지급했지만, 앞으론 식권을 없애고 취재카드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행사 관계자는 “닷새간 진행되는 행사에 무료초대권 등이 지급되는 대상이 기관장과 관련 공무원, 기자 등 150여 명 이었는데 올해부터는 초대권을 발급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 구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6일 개막하는 ‘제14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주관하는 대구오페라하우스측도 올해부터 개막식 초청장을 제작하지 않기로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개막식 초청장을 받은 단체장과 기관장, 언론사 대표 등이 무료로 공연을 관람했지만, 김영란법 저촉을 우려해 이를 없앤 것이다. 주최 측은 공연장 안에 그 전까지 있었던 귀빈석도 올해부터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외교부와 KBS, 해외문화홍보원이 공동 주최하는 ‘2016 케이팝 월드페스티벌인 창원’ 행사는 오는 30일 개막 당일 리셉션을 김영란법 기준에 맞춰 조촐하게 치른다.

경남 창원시내 호텔에서 여는 리셉션 비용은 1인당 3만원 미만으로 책정했다.

경기 문화재단도 산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기자단이나 일부 기관장에게 무료 배포한 초대권을 김영란법 시행 이후부터 제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또 취재단을 대상으로 한 해외 취재나 팸투어도 홈페이지에 게시한 뒤 공모로 모집하기로 하는 등 보다 투명성을 기하기로 했다.

전북도 문화예술 담당 관계자는 25일 “김영란법 시행으로 각종 문화행사 초대 인물의 규모나 행사장 규모가 축소되면 동네잔치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게 검소하게 치르는 분위기로 가겠지만, 행사예산 확보나 수익 창출 등에서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며 걱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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