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심리 분석서 부적절” vs 검찰 “진술 신빙성 파악에 필요”

다량의 니코틴 원액으로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니코틴 살인 사건’ 피의자들에 대한 재판이 3일 의정부지법 1호 법정에서 형사합의11부(고충정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검찰과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증인 신청과 증거 채택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양측의 공방은 혼인신고서부터 시작됐다.

니코틴 원액을 이용해 남편을 살해한 혐의(살인) 등으로 기소돼 법정에 선 피고인 송모(47·여)씨와 황모(46)씨의 변호인은 이날 “송씨가 남편 오모(53)씨를 살해하기 전 재산을 노리고 몰래 혼인신고 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부인했다.

이 변호인은 “혼인신고 때 사용된 도장은 오씨가 평소 사용하던 도장이며, 오씨도 혼인신고서를 사망 전 발급받은 사실이 있다”며 해당 동사무소 직원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은 송씨의 집에서 압수한 성기구 사진을 증거로 제출해 황씨와의 내연관계를 입증하고자 했으나 변호인 측은 이 사건과 별개 사안이라며 동의하지 않았다.

또 변호인은 “송씨의 심리·행동 분석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송씨 진술의 신빙성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맞섰다.

검찰은 경찰, 법의학자, 장례지도사 등을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었으나 변호인은 경찰의 경우 수사보고서가 있으므로 증언을 듣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송씨와 황씨는 지난 4월 22일 니코틴 원액을 이용해 송씨의 남편 오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과 경찰은 시신 부검 결과 담배를 피우지 않는 오씨의 몸에서 치사량인 니코틴 1.95㎎/L와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다량 발견돼 니코틴 중독에 의한 사망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 이들을 구속했다.

검찰과 경찰은 오씨가 숨지기 두 달 전 혼인신고됐고 증인으로 오씨와 일면식도 없는 황씨가 등장한 점, 니코틴 원액 해외 구매, 니코틴 살해 방법을 인터넷에서 사전 검색한 정황, 송씨가 황씨에게 1억원을 건넨 점 등을 토대로 송씨와 황씨를 범인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송씨와 황씨가 오씨를 살해하는데 니코틴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확인하지 못한 데다 이들 역시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