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이냐 보류냐, 선택 압박 한층 거세질 듯…교육부 “입장 정리중”

김병준 총리 내정자가 3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정 역사 교과서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공식화해 교육부가 더욱 난감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교과서에까지 최씨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받던 와중에 총리 내정자까지 반대 입장을 피력해 예정된 추진 일정을 강행해야 할지, 보류해야 할지 선택의 압박이 거세지게 됐다.

김 총리 내정자는 이날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제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교과서 국정화라는게 합당하고 지속될 수 있는지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의 실세로 불렸던 김 내정자가 그동안 국정화에 반대하는 소신을 품어왔던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 내정자 신분으로, 그것도 공식 간담회 자리에서까지 그러한 입장을 고수했다는 것은 현 정권의 국정 방향과 관계없이 ‘책임총리’로서 적극적인 권한을 행사하겠단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마침 교육부는 집필이 끝난 국정교과서 원고를 28일 외부에 공개키로 하는 등 내년 3월 교과서 현장 적용을 위해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김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정식 취임하게 된다면, 책임총리로서의 권한행사 여부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바로 이 국정교과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발맞춰 국정화에 반대했던 여론에도 한층 힘이 실려 철회 압박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점도교육부로서는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이 때문에 최순실 게이트 불똥이 교과서 문제로 옮겨붙을 때만 해도 “최순실과 교과서는 별개”라며 강행 의지를 보였던 교육부가 총리 내정자 지명 이후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김 내정자의 간담회 발언이 전해진 뒤에는 ‘정말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 마련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내부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국정 역사교과서 담당 부서인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은 김 내정자의 이날 기자회견 이후 외부 전화도 받지 않고 대책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총리 내정자 개인의 생각이고 아직 교육부와는 별다른 협의가 없는 상태라 뭐라 말하기 어렵다”면서 “교육부 차원의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