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불법 사전분양 의혹…로비수단 여부 수사

엘시티 불법 사전분양 의혹…로비수단 여부 수사

입력 2016-11-21 07:05
수정 2016-11-2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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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최고 분양가인데도 17.22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던 해운대 엘시티 아파트 분양과정에서 사전분양과 청약률 부풀리기 등 여러 불법행위가 있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엘시티 비자금 조성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은 아파트 분양과정에서의 불법행위는 물론, 엘시티 시행사 실질소유주 이영복(66·구속) 회장이 로비수단으로 특혜 분양을 활용했는지도 살피고 있다.

먼저 ‘사전 청약’이나 ‘분양 예약’ 명목으로 유력인사들에게 엘시티 아파트가 불법 분양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공개분양 전에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을 받고 사전 청약을 해놓고 나서, 공개 분양 후 프리미엄(웃돈)이 붙을 만한 미계약 물량을 분양해주는 수법이다.

엘시티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사실상 완판’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높았지만, 실제 계약률은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이 같은 편법행위가 많았다는 게 엘시티 주변 부동산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부산에서는 검찰과 법원의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 고위 공무원, 중견기업 회장, 금융기관 고위인사 등 수십 명이 친분이 있던 이 회장에게서 이런 제의를 받고 엘시티 아파트를 공개분양 전에 미리 분양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고등법원장 출신 전관 변호사는 “엘시티 측에서 분양률이 떨어질 것을 걱정해 나를 포함해 부산 유력인사 수십 명에게 분양 예약을 권유했다”며 “2014년 1억원을 내고 이듬해 한 채를 분양받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미계약 물량이었다”고 말했다.

이 인사가 1억원을 건넨 시점은 공개청약이 이뤄지기 한참 전이다.

검찰은 올해 7월 21일 엘시티 시행사와 분양대행사 등지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엘시티 아파트 청약 관련 서류와 자료를 정밀 분석하다가 여러 형태의 미심쩍은 청약거래를 찾아내 이 회장 혹은 엘시티 사업과의 관련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 회장이 엘시티 아파트에 수천만원에서 억대 프리미엄이 붙은 상황에서 유력인사들에게 미계약 물량을 분양가 수준에서 살 수 있게 해주고 엘시티 사업과 관련한 대가를 받은 것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것이다.

청약경쟁률을 높이고 프리미엄을 올리는 이른바 ‘작전세력’에 속아 수억원을 날린 사례도 있었다.

부산에서 유통업을 하는 A(46)씨는 ‘분양권을 전매하면 수익을 볼 수 있다’는 엘시티 시행사 별동부대(2차 분양사) 직원들의 말을 듣고 현금 2억원을 이들에게 건넸다.

엘시티 아파트가 전 평형의 청약이 1순위에서 마감된 데다 평균 경쟁률이 17.22대 1을 기록해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이들은 엘시티 주변 떴다방 등지에서 수천만원씩의 프리미엄을 주고 ‘딱지 분양권’ 7개를 사서 A씨에게 전달했다.

‘딱지 분양권’은 청약에 당첨된 아파트 동 호수와 당첨자와 공인중개사 이름, 웃돈 금액, 양도세·거래세 금액 등이 기록된 일종의 영수증이다.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라 임의로 웃돈을 주고 파는 방법으로 프리미엄 조작 등에 사용되는 수법이다.

이들은 프리미엄을 붙여 다시 거래하려고 했지만 당장 나서는 사람이 없다며 알아서 매매해 수익금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A씨로부터 ‘딱지 분양권’을 받아갔다.

A씨는 이들을 믿고 추가로 1억원을 빌려주기도 했지만, 수차례 독촉해 7천500만원만 돌려받았고 나머지 2억2천500만원을 아직 받지 못했다.

그는 “돌이켜보니 웃돈을 끌어올리는 작전세력에 속았던 것 같다”며 이들을 부산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은 엘시티의 높은 청약경쟁률 이면에 ‘작전세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이달 8일 청약률과 프리미엄을 조작한 혐의(사기, 주택법 위반 등)로 엘시티 분양사인 M사 대표 최모(50)씨를 구속했다.

M사는 주식시장 작전세력처럼 청약통장을 사들이거나 문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청약률을 높이고 웃돈 거래에도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M사를 통해 청약작전에 참여한 사람 중에는 웃돈이 사라지자 2차 계약금(1차 계약금 5천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계약금, 가구당 평균 1억5천만∼2억원)을 내지 못해 지난 5월 1차 계약금을 환불받은 사람도 있다.

엘시티 주변 한 공인중개사는 “엘시티 공개분양 직후 미분양 물량을 사전 분양자에게 주려는 시행사와 미분양 물량을 확보하려는 중개업자간 마찰이 심했다”라며 “청약경쟁률이나 프리미엄 조작은 어느 분양현장에서나 있는 일이지만, 고가 아파트에서 유독 심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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