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여파…박 전 대통령 기념행사 규모도 감소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영향으로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과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훼손이 잇따랐다.대구 중부경찰서는 21일 박 대통령 생가터에 설치한 표지판을 훼손한 혐의(재물손괴)로 백모(5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백씨는 18일 오전 2시께 대구 중구 삼덕동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에서 박 대통령 모습과 생가 안내 글을 붉은색 래커로 지웠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불만을 품고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질렀다.
이 표지판은 대구 중구가 2013년 2월 박 대통령 취임을 기념해 설치했다.
박 대통령은 1952년 2월 이곳에서 태어나 살다가 이듬해 서울로 이사했다.
도시개발로 생가터에는 상가가 들어섰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21일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에 ‘독재자’라고 스프레이를 뿌린 혐의(재물손괴)로 대학생 A(19)군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A군은 지난 4일 새벽 3시 17분께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옆 공원에 있는 동상, 기념 시비 등 3곳에 붉은색 스프레이를 뿌려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역사책을 보다가 박 전 대통령이 일본강점기에 천황에게 굴복하고 이후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는데도 동상을 세워 찬양하는 점을 참을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 동상은 2011년 박정희대통령동상건립추진위원회가 성금 6억원과 시·도비 6억원으로 건립했다.
박 전 대통령 생가보존회 측은 구미 동상에 있는 낙서를 바로 지웠고 대구 중구는 훼손된 표지판을 즉시 철거했다.
지난 14일 새벽에는 누군가 구미 금오공대 본관 교훈석에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전단 4장을 붙였다.
전단은 교직원이 출근하기 전에 사라졌다.
대학은 지난해 5월 개교 35주년을 맞아 박 대통령이 직접 쓴 교훈 글씨를 돌에 새겼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한 행사도 국정농단 의혹 영향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열렸다.
14일 구미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99주년 숭모제’에는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00여명만이 참석했다.
행사장에서는 시민이나 민주노총 노조원이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26일 구미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서거 37주기 추도식에도 예년의 절반이 안 되는 400여명만 참가했다.
내년에 열릴 예정인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규모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13억9천만원을 들여 기념동산 조성, 뮤지컬 ‘독일아리랑’ 초청 공연 등 13개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구미시는 애초 계획한 사업 가운데 일부를 추려 축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미참여연대와 구미YMCA 등 구미 사회·노동단체는 “사업 예산 규모가 크고 시민 갈등과 반목만 조장한다”며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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