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초포초등학교, 인근 대규모 개발지역 내 학교 신설 막히며 강제 이전 추진
저는 전북 전주시 호성동에 있는 초포초등학교라고 합니다.전주시에 있다고는 하지만 완주군 용진면과 맞닿아 있는 전체 학생 수 65명의 작은 농촌학교입니다.
비록 학생 수는 적지만 일제 강점기인 1934년 뜻 있는 지역 주민들이 토지와 건축비를 내놓아 만든 82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입니다.
대부분의 농촌학교가 그러하듯 자연의 숨소리를 들으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교육환경도 저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입니다.
평화롭던 저는 요즘 평지풍파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들고 있습니다.
인근의 육군 35사단이 이전한 자리에 1만3천여 가구가 입주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입니다.
에코시티라는 이름의 이 개발지역은 도로 하나만 건너면 될 만큼 바로 코앞에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모두 학교 부흥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좋아했습니다.
학생 수가 수백명에 달했던 과거까지는 아니지만 제법 많은 도시 학생이 유입되며 학교가 제 위상을 찾을 것으로 봤던 거지요.
그러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전북도교육청이 저를 에코시티 안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이 좋아 이전이지 정확히 말하면 문을 닫는 것이지요.
‘초포초등학교’라는 이름만 남긴 채 말입니다.
대규모 개발지역이어서 학교 신설 수요가 있어도 기존의 작은 학교를 없애지 않으면 허가를 내주지 않는 교육부의 방침 때문이라고 합니다.
학교 수가 적은 다른 농어촌학교를 통폐합해야 도시 학교의 신설 허가를 내주는 ‘학교 신설과 학교 통폐합 연계 정책’ 말입니다.
에코시티에는 3개의 초등학교가 필요한데, 교육부는 현재 1곳만 허가를 해준 상태입니다.
에코시티에 입주할 도시민들이 들고일어나는 건 당연하지요.
그러자 교육청은 부랴부랴 우선 저를 이전하는 방식으로 초등학교 1곳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도시 학생을 위해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부의 완강한 반대에 부닥친 교육청의 처지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테니까요.
도시 학생을 수용하기 위해 건물 증축을 하려 해도 교육부는 280억원에 이르는 비용 가운데 40억원가량만 지원한다고 합니다. 전북교육청의 어려운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증축은 불가능하겠지요.
1천여명의 도시 학생이 왕복 4차선 도로를 건너는 위험을 감수하며 먼 거리를 통학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도시의 학부모들이 이를 그냥 두고 보지도 않을 테고요.
결국, 답은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제 논리, 힘의 논리는 당연한 건가요?
농촌 아이들은 아무 이유 없이 이렇게 희생을 강요당해도 되는 걸까요?
저희 아이들은 반대로 4차선 도로를 건너 도시 학교로 통학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모르긴 해도 도시 학생들에게 ‘촌놈’이라고 따돌림을 당할 공산도 큽니다.
‘원주민의 비애’는 익히 알려진 바니까요.
초포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공동체의 붕괴도 시간 문제겠지요.
힘없는 저로서는 이겨낼 방법이 없습니다.
농사일밖에 모르는 농촌의 순박한 학부모들이 도시 학부모나 교육 당국에 맞서 저를 지켜낸다는 것도 기대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푸념이 길었습니다.
그러나 저와 우리 아이들, 그리고 수천명의 동문이 느끼는 비애를 도시민들과 교육 당국이 과연 알기는 할까요?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끊임없이 작은 농어촌학교와 아이들이 이런 아픔을 겪어야 한다는 현실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이 기사는 전주초포초등학교가 인근에 대규모로 개발되는 에코시티로 이전하며 사실상 폐교될 위기에 처한 원인과 문제점 등을 일인칭 이야기 전개 형식으로 소개한 기사입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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