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작년의 절반도 안 돼요”…얼어붙은 ‘송년회’

“예약? 작년의 절반도 안 돼요”…얼어붙은 ‘송년회’

입력 2016-11-27 10:42
수정 2016-11-2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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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태·청탁금지법 등 영향, 음식점들 ‘한숨’

“작년 이때에는 12월 예약이 꽉 찼는데, 올해는 팍 줄었어요. 지난해 절반 수준도 안 됩니다.”

경기도 수원시 한 대형 고깃집 직원의 말이다.

전국 대부분 음식점 주인과 종업원들은 “올해 송년회 분위기가 사라졌다”며 아우성이다.

시민, 특히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인 공무원 등은 “올해는 송년회나 신년회 약속을 거의 하지 않았다. 만나자는 전화도 뚝 끊겼다”고 말했다.

음식점 종사자나 공무원들은 “청탁금지법 시행에다가 최근 최순실 사태로 정국이 어수선하고 불경기까지 이어지는데 송년회는 무슨 송년회냐”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손님이 준 게 아니라 아예 없어요”…음식점들 ‘울상’

관공서가 몰려 있는 경남 창원시 의창구의 한 고깃집 종업원은 “지난해와 극명하게 대비될 정도로 손님이 없다”고 한숨 쉬었다.

그는 “송년회로 북적거리기 시작해야 할 땐데도 손님이 줄다 못해 없는 수준”이라며 “그렇지만 (종업원) 식구들은 여전히 먹고살아야 하니 다들 한 주씩 번갈아 쉬면서 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수원시 대형 식당 주인도 “지난해는 이맘때 미리 송년회를 예약하는 손님들로 12월에 자리가 없었는데 올해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주인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닌 일반 기업체들조차 올해는 송년회 예약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대구시 수성구 먹거리 골목 들안길 식당가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손님을 2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들안길 A 일식집은 지난 두 달 동안 적자만 1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사장은 “지금은 손님 수가 줄지는 않았지만, 주문하는 단가가 꽤 낮아져 적자를 보고 있다”며 “12월 예약도 아직 40%밖에 차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전시청과 정부대전청사, 대덕연구개발특구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대전 서구 만년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용식 씨는 “이맘 때면 송년회 예약으로 분주해야 하는데 인근 관공서 과·부서 회식은 거의 전멸 수준”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호회나 계 모임 등 정기 모임 말고는 예약이 없고 문의전화조차 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근 다른 식당 주인도 “매년 이맘때면 송년 예약이 거의 찼는데, 지금은 공무원 같은 경우 아예 없다”고 했다.

전북 전주의 전북도청 인근 한 식당 종사자 역시 “12월 초순 예약은 한 건도 없고, 송년회 절정기인 중순 예약조차 2∼3건만 잡혔다”고 귀띔했다.

음식업소 관계자들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공직사회는 물론 일반 업체들까지 움츠린 상황에서 경기 역시 여전히 좋지 않고, 최순실 사태 등으로 사회마저 혼란스러워 올해는 상당수가 송년회를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상황이 내년 초까지 이어지면 문을 닫는 업소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많이 나온다.

◇ “이 분위기에 송년회는 무슨”…공직사회 송년회 기피 ‘뚜렷’

경기도청 한 공무원은 “예년 같으면 이때쯤 친구나 동료들로부터 송년회 하자는 전화가 많았는데 올해는 지금까지 약속이 1건뿐”이라고 말했다.

“다들 ‘이런 분위기에 무슨 송년회야’라고 말한다”고 했다.

전북도청 한 공무원도 “아직 송년회 모임 일정을 잡은 것이 없다”며 “송년회 약속을 하더라도 올해는 사회 분위기 등을 고려해 간소하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한 경찰서 형사과 직원들은 부담스러운 주변 시선 때문에 올해는 송년회를 비공식적으로 간단히 하기로 했다. 회식 참가 인원도 눈에 띄지 않게 팀별로 5∼8명씩 나눠서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업체 직원들 분위기도 비슷하다.

경기도 한 기업체 홍보담당 부서 직원은 “청탁방지법 등으로 인해 당연히 공공기관 관계자 등과 모임 자리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경기도 좋지 않아 올해는 회사 동료들끼리도 송년 모임을 가급적 간단히 하거나 안 하려는 분위기”라고 했다.

대전시청 인근 한 음식점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시행 등으로 부패가 근절되고 합리적인 사회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만,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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