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표 음식 한과도 맥 못 추는 불황…매출 반토막

설 대표 음식 한과도 맥 못 추는 불황…매출 반토막

입력 2017-01-22 11:26
수정 2017-01-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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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목에도 주문 없어 공장 한산…직원 절반으로 줄어

“설 대목인데 작년 설보다 매출이 절반이나 줄었어요. 최대 성수기에 이러니 어떻게 견뎌낼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으로, 명절 선물·제수용 상품의 대표 주자인 한과가 경기침체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여파로 고전하고 있다.

설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지난 19일 청주시 강내면 궁현리에 자리 잡은 한과 생산업체인 ‘무궁화 식품’ 공장 내부는 대목을 맞았다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한산했다.

설을 앞두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기계 소리로 가득 차 있어야 할 공장에선 활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포장 작업을 마친 직원 6∼7명만 내부를 정리하느라 손을 놀리고 있었다.

직원 성옥경(57·여)씨는 “작년 이맘때는 밤 10시까지 온종일 기계를 돌리며 야근을 해야 겨우 물량을 맞출 수 있었지만, 올해는 다르다”고 썰렁해진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 공장의 터줏대감인 이명순(65·여)씨는 “거의 9년째 이곳에서 한과를 만들어왔는데 올해처럼 힘든 적은 처음”이라며 “함께 일하던 직원들의 숫자가 작년보다 절반으로 줄었다”고 안타까워했다.

2008년부터 전통 한과를 생산해 온 이 업체는 마을 기업이다. 인근 밭에서 직접 재배한 연잎과 연근, 백련초와 같은 토종 농산물을 재료로 사용한다.

연잎이라는 독특한 재료를 사용해 한과를 만들다 보니 공장을 가동하자마자 인기를 끌며 도시 소비자들에게 뛰어난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이 업체는 매년 농협 하나로 마트와 온라인 주문을 통해서만 3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한과 업계에서는 꽤 알려진 유명 브랜드가 됐다.

지역 주민에게 받은 사랑을 바탕으로 명절이 되면 어려운 이웃에게 생산한 한과를 기부해 지난해 청주시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실적은 물론 주변 평가도 좋은 덕에 직원들도 일하면서 절로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신이 났었다고 업체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연이어 악재가 겹치면서 매출이 급감, 최근 들어 직원들 얼굴에서 미소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 업체 대표 이명보(59)씨는 “청탁금지법 영향으로 주요 구매처였던 관공서 직원들의 주문이 뚝 끊긴 데다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꽁꽁 닫히면서 매출이 50%가량 줄어들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러면서 “가격대를 낮추고 세트 구성을 다양하게 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저가 상품을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설을 앞두고 오히려 한과 생산 라인 가동을 줄이는 곳도 적지 않다.

제천에서 10년째 약초 한과를 생산하는 최향집(60·여) 대표는 “선물용으로 잘 나가던 상품들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에는 주문이 전혀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절반 정도 그칠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라고 답답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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