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갈 길 먼 ‘제주4·3’ 진상규명

아직도 갈 길 먼 ‘제주4·3’ 진상규명

입력 2019-01-17 17:56
수정 2019-01-18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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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상 위법만 확인… 보상은 미정

특별법 개정안 1년 넘게 국회 계류

제주 4·3사건 당시 억울한 희생자를 낸 군법회의가 절차적으로 위법했다고 법원이 처음 판단하면서 4·3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활동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형인 생존자들의 추가 재심 청구도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4·3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1년 넘게 진척이 없어 진상 규명을 위한 길은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제주지법의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수형인 18명의 변호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당시 피해자들에 대한 군법회의 예심 절차, 공소장 송달 과정이 모두 이뤄지지 않았고 어떤 죄로 재판을 받는지조차 몰랐다”면서 “재판부의 공소기각 판결은 당시 군법회의의 총체적 불법성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4·3도민연대가 파악하고 있는 수형인 생존자가 32명인 만큼 이날 판결을 받은 18명 외에 나머지 수형인들도 재심 청구를 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날 판결은 어디까지나 절차상 위법을 확인했을 뿐 피해자들에 대한 배·보상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동윤 도민연대 공동대표는 “이분들께서 짧게는 1년, 길게는 20년까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신 데 대해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올해 안에 형사보상 청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희생자들에 대한 일괄 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특별법 개정안이 2017년 12월 4·3사건 70주년을 앞두고 추진됐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개정안은 명예회복 및 보상 조항을 신설해 국가가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 및 보상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지체 없이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4·3사건 피해자와 유족에게는 매달 10만~70만원씩 지급되는 생활보조비가 전부였고 그마저도 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해 왔다. 개정안에는 특히 제주 4·3 수형인에 대해 진행한 군법회의(재판) 일체를 무효로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양 공동대표는 “피해자들이 불법 재판을 받았다는 선고가 내려진 뒤에도 특별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면 너무 옹졸한 것 아닌가”라며 정치권에 조속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제주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2019-01-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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