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씨 49재…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유족들

고 김용균씨 49재…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유족들

오세진 기자
입력 2019-01-27 21:17
수정 2019-01-27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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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오른쪽) 김미숙씨와 아버지 김해기씨가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인의 49재와 여섯 번째 범국민 추모제에 참석해 준비한 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오른쪽) 김미숙씨와 아버지 김해기씨가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인의 49재와 여섯 번째 범국민 추모제에 참석해 준비한 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회전하는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사망한 지 49일째 되는 날인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인의 49재와 범국민 추모제가 열렸다. 현재 고인의 빈소는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하지만 유족들은 지금도 고인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고인이 사망한 이유를 유족들은 아직 듣지 못했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인의 49재와 여섯 번째 범국민 추모제에서 “제사상에 오른 딸기를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들이 딸기를 너무 좋아했다”고 눈물을 쏟으면서 입을 열었다.

김미숙씨는 “아직도 (아들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아들의) 시신을 냉동고에 놔두어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도 비참하다. 아직도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 그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무엇 하나 이룬 게 없는 실정”이라면서 “너무도 억울하고 분한 마음, 내가 죽는 날까지 자본가를 원망하고 이 나라를 원망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람 목숨은 모두 다 소중하다. 우리 모두 서로가 상생하고, 적어도 사람 생명만큼은 지킬 수 있도록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김미숙씨는 전부터 태안과 서울, 그리고 청와대 앞과 국회, 광화문광장을 다니며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지 않게 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앞서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지난 22일 고인이 사망한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태안에 있던 고 김용균씨의 빈소를 서울로 옮겼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고 김용균씨가 사망한 지 49일째인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6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2019.1.27 연합뉴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고 김용균씨가 사망한 지 49일째인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6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2019.1.27 연합뉴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김용균씨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죽음의 컨베이어벨트에서 나올 수 있도록, 다시는 자식을 잃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없도록 만들어달라고 (김용균씨의 시신은) 태안을 등지고 이곳으로 왔다”면서 “정부가 진실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의지가 있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는 즉각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8년 만에 개정된 산안법은 유해·위험성이 매우 높은 작업에 대해 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원청(도급인)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을 강화했다. 또 원청의 안전보건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도 강화했다. 하지만 이 개정법의 적용을 받는 도급 금지 업무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고 김용균씨가 맡았던 컨베이어벨트 운전 및 낙탄 제거 업무와 같이 발전소 내 기계·설비 운전, 정비, 점검, 유지·보수·관리 등의 업무는 도급 금지 작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산안법이 통과됐지만 사용자가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안전관리 책임을 하청업체로 떠넘기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노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발전비정규노조 조합원들과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은 이날 고인의 49재에 앞서 방진복과 안전모,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 김용균씨의 사진을 든 채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에서 광화문 분향소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죽음의 컨베이어벨트를 멈춰라. 우리가 김용균이다” 등의 구호를 반복해서 외쳤다.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광화문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2019.1.27 연합뉴스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광화문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2019.1.27 연합뉴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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