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역삼지구대 스마트 순찰
35개 관할 인구밀도 등 8개 변수 분석‘유흥주점 늘면 절도 늘어’ 자체 연구
4~6월 절도·폭력 작년보다 감소 ‘효과’
“특정 범죄 예측 정보, 시민 동의 필요”
지난 23일 서울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에서 김남기(왼쪽) 경위와 안혜미 경장이 순찰에 나설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지난 23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소속 동갑내기 순찰조 안혜미(25·여) 경장과 김남기 경위가 상가 밀집촌을 돌며 말했다. 길 양옆으로 유흥업소와 식당이 빼곡했다. 젊은 두 경찰은 경험이나 ‘촉’에 의지해 순찰 지역을 정하지 않는다. 데이터에 의존한다. 안 경장은 “우리 지구대는 지난 4월부터 절도·폭력 범죄에 영향을 주는 인구밀도와 편의점 수, 폐쇄회로(CC)TV 수 등 8개 변수 데이터를 반영해 지구대 관할 35개 블록의 범죄 위험도를 분석했다”고 말했다.
●편의점 많으면 사람 몰려 범죄 가능성
예컨대 ‘유흥주점 수가 약 1% 늘면 절도 범죄는 0.4% 늘어난다’는 자체 연구 결과를 적용해 고위험 지역을 추린 것이다. 또 편의점 수가 많을수록 범죄 확률이 커진다. 사람이 몰리는 동네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지구대원들은 고위험 상위 5개 지역을 차로 순찰하고, 6~8번째 위험 지역은 도보 순찰한다. 관할 구역을 4등분해 같이 시간을 들여 순찰하던 패턴을 버리고 선택과 집중을 한 셈이다.
데이터 기반 순찰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지난 4~6월 역삼지구대 관할에서 발생한 절도와 폭력 범죄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31%, 14% 줄었다. 윤진영 역삼지구대장은 “폭행은 우발적으로 벌이는 경우가 많은 반면 절도는 계획하에 하는 범죄라 주변에 경찰이 보이면 범행을 미루거나 포기한다”고 말했다.
역삼지구대처럼 데이터를 활용해 범죄를 막으려는 치안당국의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달 초 임명된 이용표 서울경찰청장도 직원들에게 취임 일성으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치안활동을 하라”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일선에서 ‘지오프로스’(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를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역삼지구대의 시스템과 유사한 이 프로그램은 유동인구 수, 유흥업소 영업 상황, 경찰서와의 거리, 전과자 거주 상황 등 변수를 활용해 특정 지역의 범죄 가능성을 예측해 알려준다.
경찰서별로도 빅데이터에서 힌트를 얻어 범죄 예방에 나서고 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역 범죄 통계를 살펴보다가 여름철마다 절도 범죄가 급증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112 신고 내역 등을 분석해 보니 ▲동대문 쇼핑몰 등 구매객이 몰리는 시설에서 범행이 빈발했고 ▲절도범이 주로 월·금·일요일에 활개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건이 몰린 요일과 장소에 순찰 인력을 집중 투입했더니 지난 4~6월 쇼핑몰 절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9%나 줄었다. 지난달 17일에는 매장 20곳을 돌며 옷가지와 현금 등을 훔치던 범인을 검거하기도 했다.
●“美 캘리포니아 범죄를 날씨처럼 예측해”
미국 등에서는 우리보다 조금 앞선 범죄 예측 치안을 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지역에서는 ‘범죄 예측’ 수준을 넘어 범죄를 날씨처럼 예보하는 정도가 됐다”면서 “예컨대 어디서, 몇 시쯤, 어떤 범죄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해 몇 시간 간격으로 알려주는 식이다. 이를 근거로 지역 경찰은 거점 지역을 순찰한다”고 전했다. 정진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특정 범죄의 발생 가능성을 지금보다 정확하게 예측하는 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서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정보가 많이 필요해 시민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19-07-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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