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주한미국대사관저 기습시위’ 대학생 9명 구속영장

경찰, ‘주한미국대사관저 기습시위’ 대학생 9명 구속영장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19-10-19 21:52
수정 2019-10-20 00:0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공동 주거침입 혐의… 연행된 대학생 19명 중 10명은 석방, 불구속 수사

대사관저 경비 강화…경찰 기동대 추가배치
해리스 美대사 “대처 잘해준 경찰에 감사”
대학생들 “고액 방위비분담 협박, 내정간섭”
진보단체 “의로운 행동, 연행자 석방” 촉구
18일 서울 중구 미국 대사관저에 진입한 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현수막을 들고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대학생진보연합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18일 서울 중구 미국 대사관저에 진입한 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현수막을 들고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대학생진보연합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 기습 침입해 농성을 벌이던 진보단체 소속 대학생 9명에 대해 경찰이 1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9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 주거침입) 등 혐의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 9명에 대해 오늘 안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불법행위 전력과 당일 범행에 가담 또는 주도한 정도, 일부 피의자의 경우 공무집행을 방해한 점을 고려했다”면서 “나머지 10명은 석방하고 불구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대진연 회원들은 지난 18일 서울 중구 주한미국대사관저에 기습 침입해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날 오후 2시 50분쯤 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 및 회원 17명은 사다리를 이용해 미국 대사관저 담을 넘어 대사관저 마당에 진입했다.

이어 대사관저 건물 앞에서 ‘미군 지원금 5배 증액 요구 해리스는 이 땅을 떠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또 관저 대문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앉아 대문을 두드리며 “미국이 방위비분담금 50억 달러를 내라며 협박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들을 현장에서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경찰 및 대사관저 보안 요원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미지 확대
미국 대사관저 담 넘은 대학생들 석방 촉구 회견
미국 대사관저 담 넘은 대학생들 석방 촉구 회견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통일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지난 18일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 담을 넘고 들어가 농성을 벌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0.19 연합뉴스
경찰은 대사관저에 무단 침입한 17명과 침입을 시도한 2명을 각각 건조물침입과 건조물침입 미수 혐의로 체포해 서울 남대문 경찰서와 노원 경찰서, 종암 경찰서 등으로 연행했다.

경찰은 이들의 신원을 확인한 뒤 대사관저에 무단 침입한 이유와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된 피의자들 외에도 공범이나 불법행위를 배후에서 지시한 사람이 있는지 수사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사관저 경비가 대폭 강화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대사관저 난입 사건 이후 대사관저 안전관리와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대사관저에 경찰관 기동대 1개 중대(약 80명)를 추가 배치했다. 기존에는 의경 2개 소대(약 30명)가 대사관저 경비를 맡아왔으나 앞으로 경찰관 기동대 1개 중대와 의경 2개 소대가 함께 근무를 서게 된다.

야간의 경우 의경 2개 소대가 근무하는 체제에서 경찰관 기동대 1개 제대(약 30명), 의경 2개 소대가 함께 근무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이미지 확대
미국 대사관저 담 넘은 대학생들 석방 촉구 회견
미국 대사관저 담 넘은 대학생들 석방 촉구 회견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통일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지난 18일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 담을 넘고 들어가 농성을 벌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0.19 연합뉴스
이에 대해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대사관저에 무단침입한 시위대 관련 대처를 잘 해준 대사관 경비대와 서울지방경찰청에 감사 인사를 드린다”면서 “서울 중심부에서 13개월 만에 2번째 일어난 사건으로 이번에는 시위대가 억지로 제 집에 들어오려 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통일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남대문서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행자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와 관련해 “주한미국대사의 행태는 ‘힘으로 한국의 재정주권을 짓밟고 혈세를 강탈하겠다’는 협박”이라면서 “대학생들의 행동은 혈세 강탈을 막고 재정주권을 지키려 한 의로운 행동으로 격려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