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8차사건 놓고 검경 갈등…“조작” vs “성급한 결론”

이춘재 8차사건 놓고 검경 갈등…“조작” vs “성급한 결론”

입력 2019-12-13 21:21
수정 2019-12-1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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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직접조사 나선 뒤 긴장 고조…경찰, 내주 브리핑 예고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 논란’과 관련한 과거 수사기관의 과오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미묘하지만 분명히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한 직접조사에 나서면서 생겨난 양 기관 사이의 긴장 기류가 점차 확산하는 양상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전준철 부장검사)는 지난 12일 당시 수사기관이 윤모(52) 씨를 범인으로 최초 지목하는 데에 결정적 증거로 사용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서가 허위로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윤 씨의 체모를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체모 등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을 분석하는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를 담은 국과수가 작성한 감정서와 국과수로부터 의뢰받아 실제 분석을 진행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분석 결과가 전혀 다른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에 검찰은 국과수가 원자력연구원에 여러 차례에 걸쳐서 수많은 체모의 중금속 성분 분석을 의뢰해 감정 결과를 회신한 뒤, 윤 씨의 체모 분석 결과와 비슷한 체모를 범인의 것으로 조작해 사실상 윤 씨를 범인으로 끼워 맞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윤 씨가 청구한 재심에 대한 의견을 법원에 제출하고자 과거 경찰의 수사기록 등을 받아 검토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에 앞서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국과수 감정서에 담긴 내용과 원자력연구원의 분석 결과가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곧바로 국과수 등의 ‘조작’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정서와 원자력연구원의 분석 결과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은 경찰이 이미 확인한 내용”이라며 “이를 조작으로 보려면 고의성이 확인돼야 하는데 검찰이 현재까지 밝힌 내용을 보면 당시 국과수든 경찰이든 고의로 이렇게 했다고 볼만한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같은 사안을 살펴보면서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양 수사기관의 이상기류는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한 직접조사 방침을 밝힌 지난 11일부터 감지됐다.

검찰은 재심 청구인 윤 씨가 철저한 진실규명 차원에서 요청해 직접조사에 나섰다고 설명했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직접조사를 명목으로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한 과거 경찰의 과오를 부각해 최근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 갈등 국면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당시 검찰은 경찰의 이런 반응을 우려해 직접조사 발표 직전 경찰 측에 “수사권 조정과는 전혀 무관한 결정이니 오해하지 말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 검찰이 국과수의 감정서 조작을 발표하는 등 수사상황을 일부 공개하며 사실상 이 사건과 관련한 주도권을 가져간 모양새가 되자 경찰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춘재를 화성사건의 피의자로 특정한 것도, 그로부터 과거 경찰의 과오가 드러날 수 있는 이 사건의 자백을 끌어낸 것도 경찰”이라며 “검찰은 재심 의견서 작성에 필요한 수사만 하겠다고 해놓고 사실상 전면 수사에 나서면서 매번 중계방송하듯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찰은 오는 17일로 예고한 이 사건 관련 브리핑에서 국과수 감정서와 원자력연구원의 분석 결과가 차이가 나는 데 대한 검찰과 다른 판단을 밝히고 과거 수사를 담당한 경찰은 물론 사건을 지휘한 검사에 대한 입건 방침도 밝힐 것으로 알려져 양 기관의 긴장상태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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