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수칙 위반에 역학조사 방해로
감염병법 위반 혐의까지 더해져
키움 히어로즈, 한화 이글스
한화와 키움 구단은 17일 “외부인 접촉으로 물의를 빚은 선수들이 처음 진술과 다르게 일부 접촉이 있었음을 확인해 KBS 클린베이스볼 센터에 정정 보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15일 키움과 한화는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코로나19 관련 자진 신고’를 했다.
16일 한화와 키움은 “방역수칙에 위반되는 사항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키움 선수 2명은 2일부터 5일까지 kt wiz와의 수원 방문 경기를 펼치던 중 키움 구단이 쓰는 숙소를 이탈해 한화 구단이 서울 원정 때 쓰는 숙소로 이동했다.키움 선수 2명이 서울 소재 호텔에서 술을 마신 건 5일 오전으로 파악됐다.
이 자리에는 키움 선수 2명, 전직 야구선수 1명, 전직 야구선수 지인 2명이 있었다는 게 키움이 파악한 ‘참석 인원’이다.코로나19 시국에 거리두기 조치 하에 금지된 ‘5인 이상’이 모였다는 건 확인됐다.즉 해당 호텔방이 두 구단 선수들 사이에서 일종의 ‘만남’ 장소로 쓰인 모양새다.
다만 구단 측은 키움 선수 1명이 도쿄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사람이 먼저 맞는 ‘공적인 백신’을 접종한 터라 ‘참석 인원’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한화 선수 2명도 ‘5일 새벽’에 전직 프로야구 선수, 이 선수의 지인 2명과 만났다.
방역당국은 한화와 키움 선수를 번갈아 만난 ‘외부인 3명이 같은 사람’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해당 호텔을 쓰는 한화 선수 2명이 먼저 외부인 3명을 만난 뒤 방을 나오고, 키움 선수 2명이 이 방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또 다른 한화 선수는 다른 날에, 같은 장소에서 외부인과 사적인 만남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시간차를 두고 같은 공간을 드나들었다고 해명했던 것과 달리 한화와 키움 선수들이 한 자리에 머물렀다는 증거가 나왔다.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와 두 구단 선수의 새로운 진술에 따르면 한화 선수 2명, 키움 선수 2명은 5일 새벽 한화의 서울 원정 숙소에서 전직 프로야구 선수 1명, 일반인 2명과 만났다.
새롭게 드러난 역학조사 결과 당시 상황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한화 선수 2명이 4일 늦은 밤부터 5일 새벽까지, 외부인 3명과 한 방에 있었다.수원 원정을 치르던 키움 선수 2명은 구단의 원정 숙소를 이탈해 서울에 있는 한화 원정 숙소로 이동했다.
방역당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미 한화 선수 2명과 외부인 3명 등 총 5명이 모여 있던 방에 키움 선수 2명이 들어갔고, 그 이후에 한화 선수 2명이 나왔다.총 7명이 모인 시간은 ‘8분’인 것으로 알려졌다.」한화와 키움 선수들은 “한화 선수가 먼저 방을 나간 뒤, 키움 선수가 들어갔다”고 각 구단에 진술한 바 있다.
코로나19 방역수칙 상 ‘오후 10시 이후 사적인 만남’과 ‘5인 이상의 만남’을 금지한다.
새벽시간 5명 이상이 같은 공간에 모였고, 설사 거짓 해명대로 시간차를 두고 모였다 하더라도 사실상 거의 동시간대 공간을 공유한 꼼수였다. 설사 거짓말이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바이러스에 그런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한화와 키움 선수들은 ‘공적 백신’을 방패 삼아 방역수칙 위반 혐의에서 벗어나려는 꼼수까지 부렸다.
도쿄올림픽 예비 엔트리에 든 한화 선수 1명, 최종 엔트리에 선발된 키움 한현희는 백신 2차 접종을 마치고 2주 이상 지난 상황이었다. 5일 새벽 당시의 거리두기 3단계 규정에 따라 ‘사적모임 인원’에서 제외된다.
양 구단 선수의 ‘거짓 증언’대로 5명씩만 모임을 했다면, 백신 접종자를 제외하고 4명만 모인 것으로 간주돼 아슬아슬하게 방역수칙 위반 혐의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시간 차를 두고 출입했다’고 거짓 해명을 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한화와 키움 선수들은 외부인 3명과 함께 한 자리에 동시간대 만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8분간 백신 접종자를 제외해도 5명이 만났기 때문에 ‘방역수칙 위반’ 혐의를 받는다.
여기에 허위진술로 역학조사에 혼선까지 초래하면서 역학조사 방해 등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까지 받을 수 있다.
구단 역시 방역수칙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데도 무책임하게 ‘방역수칙 위반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역학조사에 혼선을 빚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조금 더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NC 다이노스 선수들의 예처럼,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가 있다. (한화와 키움 선수의) 경찰 수사 의뢰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강남구청은 이미 NC 박석민, 권희동, 이명기와 일반인 2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프로야구 선수들과 사적인 자리를 한 일반인은 유흥업 종사자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측은 선수들이 ‘자진신고’를 했다고 했지만 이를 자진신고로 볼 수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방역수칙을 어긴 것은 지난 5일이었는데, 정작 ‘자진신고’를 한 것은 NC 다이노스의 ‘사적모임’ 파문이 불거진 뒤였다.
KBO는 두 구단에 “원정 숙소에서 일반인과 사적인 모임을 한 선수를 즉각 격리하고,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하라”고 지시하며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또한 ‘수사 권한’이 없는 KBO의 현실을 고려해 두 구단에 “해당 지자체에 신고해서, 방역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전했다.
KBO의 지시에 따라 두 구단이 지자체에 사적인 모임에 관해 신고했고, 결국 선수들의 거짓말까지 밝혀졌다.
KBO는 키움과 한화를 제외한 구단에도 ‘사적인 모임에 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프로야구 모든 구단이 선수단에 자체 조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추가로 신고된 사건은 없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