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만 하면 해결되나” 일선 불만도
경찰청 ‘사회적 약자 반복신고 대응책’지난달 25일 전국 시도경찰청에 전달
3회 이상 반복 신고시 서장 보고·시도청 점검
팀장 중심 수사체제 구축...팀장을 수사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외관. 경찰청 제공
경찰청은 지난달 25일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에 ‘사회적 약자 대상 반복신고 대응 강화대책’을 전달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최근 경찰에 여러 차례 신고됐음에도 단순히 현장에서 종결처리하는 등 일선 경찰관의 소극적 대응이 이어지자 개선책을 내놨다. 경찰청이 실태를 파악한 결과 동일 사건이 3회 이상 신고됐지만 현장에서 종결된 사건은 가정폭력이 50.6%, 아동학대는 33.6%였다.
‘제주 중학생 살인 사건’ 피의자 백광석(48.왼쪽)과 김시남(46)이 27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 한 주택에서 백광석(48)과 공범 김시남(46)에 의해 중학생 A군(16)이 무참히 살해됐다.
앞서 A군의 어머니는 지난 6월 2일 백광석으로부터 가정폭력 등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하고 신변 보호를 요청했음에도 이 같은 참변을 당했다.
2021.7.27 뉴스1
앞서 A군의 어머니는 지난 6월 2일 백광석으로부터 가정폭력 등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하고 신변 보호를 요청했음에도 이 같은 참변을 당했다.
2021.7.27 뉴스1
팀장 중심의 수사체제도 구축할 예정이다. 여청사건 접수 시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에 수사팀장을 ‘정수사관’으로 지정하고 상습·폭력성을 검토해 팀장이 맡을지 다른 팀원이 맡을지 결정하기로 했다. 상습성이 판단돼 팀장이 정수사관이 된다면 사건 접수부터 실제 수사, 피해자 보호, 송치결정서 작성까지 수사의 처음과 끝을 모두 팀장이 담당하게 된다.
“사건 처리 시간도 모자르다”...일선에선 회의적 시각도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회의적 시각도 있다. 보고·점검 체계를 다층화하면 업무 부담만 증가한다는 것이다. 한 강력팀 형사는 경찰 내부망에 “주야간 접수되는 거의 모든 사건을 해당 양식을 적용해 보고하면 정말로 사회적 약자가 보호되는 것이냐”라며 “사건 처리할 시간도 모자른데 불필요한 양식을 만들어 (일선 경찰관들을) 더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보고 체계를 개선한다고 일선 경찰관들이 데이트폭력이나 가정폭력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사할지는 의문”라며 “경찰관들이 재량과 권한을 갖고 능동적으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문화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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