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에 ‘막말 공무원’서울의 한 주민센터 공무원이 키르기스스탄 출신 여성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꾸린 민원인을 향해 폭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민원인 A씨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아내가 씨받이 취급을 받았다”며 분노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외국인인 아내의 주민등록 절차를 위해 (주민센터에) 문의했다”며 “잠깐 문의를 한 뒤 제가 ‘예, 알겠어요. 예’라고 하고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공무원 분이 심하게 욕설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공개된 통화 녹취에는 “외국인 여자랑 결혼해서 더럽게 사람 짜증나게 하네. 자기가 부끄러우니까 안 데리고 오고 싶어하는 거잖아요. 거지 같은 XX가 다 있어” 등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서류를 준비할 게 무엇인지 궁금해 당시 메모할 게 없어 녹음을 하고 있었는데, 그 소리를 듣고 나서 너무 어이가 없어 한참 멍하니 있다가 잠시 후 항의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화를 걸어 ‘왜 이렇게 욕을 심하게 하셨나’라고 물으니 처음에는 ‘욕을 한 게 아니다’ 이런 식으로 변명을 하다가 나중에 어쩔 수 없이 시인하며 ‘만나서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주민센터 공무원이 키르기스스탄 출신 여성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꾸린 민원인을 향해 폭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튜브 캡처
해당 녹취록에는 “선생님한테 하는 말이 아니고, 뭔가 늦게까지 장가를 못 가서 결혼하고 그냥 약간 애 낳는 그런 수단으로 쓰는 것 같았거든요. 매체에서 보고”라는 말이 담겼다.
A씨는 “아내는 키르기스스탄 명문가 출신”이라며 “한국 남자랑 결혼했다는 이유로 공무원한테 씨받이 취급을 받으니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A씨는 “지난해 8월 사건인데, (그 사이) 정식으로 동장이 사과 전화를 하든 사후 절차가 있는 줄 알았다. 사건 이후 9개월간 동장이 사과 전화 한 번 하지 않고 그냥 사건을 없었던 일로 하려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폭로했다.
이어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에서 소송을 진행해야겠다 싶어 지난 6일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한편 외국인 신부 정도로만 알려졌던 이 시민의 아내는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권력층 가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지 언론에 보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자국 여성이 한국에서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문제가 이슈화되자 한국 남성과 결혼을 금지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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