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신호 바뀌자 쌩… “단속 기준 아직 헷갈려요”

횡단보도 신호 바뀌자 쌩… “단속 기준 아직 헷갈려요”

곽소영 기자
입력 2022-10-12 21:58
수정 2022-10-1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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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전 일시 정지’ 단속 첫날

보행자 있어도 신호만 보고 주행
단속 없는 현장에선 여전히 위반
전국서 75명 넘는 운전자 범칙금
“보행 판단 기준 모호… 홍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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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혜화경찰서 교통안전팀 소속 경찰관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이화사거리에서 교차로 우회전 일시 정지 위반 단속을 하고 있다. 3개월의 계도 기간이 끝난 이날부터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차를 멈추지 않은 운전자는 범칙금 6만원(승용차 기준)과 벌점 10점을 부과받는다. 뉴시스
서울 혜화경찰서 교통안전팀 소속 경찰관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이화사거리에서 교차로 우회전 일시 정지 위반 단속을 하고 있다. 3개월의 계도 기간이 끝난 이날부터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차를 멈추지 않은 운전자는 범칙금 6만원(승용차 기준)과 벌점 10점을 부과받는다.
뉴시스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건너려고 할 땐 무조건 일시 정지해야 하는 거 알고 계셨죠?”(경찰관)

“몰랐습니다.”(운전자)

12일 오후 1시 35분쯤 서울 종로구 이화사거리 교차로에서 은색 승용차 한 대가 보행 신호등이 녹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자마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의 4분의3 지점을 지나가던 중이었다. 보행자는 밀고 들어오는 차를 피해 동그란 동선을 그리며 횡단보도를 건넜다. 경찰이 차를 세우고 면허증을 보여 달라고 하자 운전자는 “사람이 많아 행사하는 줄 알고 기다리다가 (주행했는데) 단속에 걸렸다”면서 “(개정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우회전 일시 정지 등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석 달 만인 이날 경찰이 단속에 들어갔다. 전국적으로 75명이 넘는 운전자가 새 규정을 어겼다가 범칙금을 부과받았다.

경찰은 지난 7월 시행 이후 한 달간 계도를 한 뒤 단속하려고 했다가 일시 정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따라 계도 기간을 두 달 연장했다.

보행자가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도 차를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진행해 위험이 발생하면 단속 대상이 된다. 통행하려고 하는 때란 보행자가 횡단보도 앞에 서 있거나 손을 들어 건너려는 의사를 표시할 때, 건너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향해 걸어올 때 등이 모두 해당된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일시 정지를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범칙금 6만원(승용차 기준)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이날 경찰이 이화사거리에서 1시간 단속하는 동안 위반 차량은 한 대밖에 없었지만 단속이 끝난 뒤 같은 장소에 다시 가 10분간 지켜보니 차량 일곱 대가 보행자가 건너고 있는데도 그대로 지나쳤다.

보행 신호등에 녹색불이 켜졌는데도 검정 카니발 한 대가 멈추지 않고 우회전을 하는 바람에 어린이와 함께 길을 건너려던 보호자가 급하게 발걸음을 멈췄다. 자전거 한 대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빠르게 달려오다가 주행하려는 오토바이와 부딪힐 뻔하기도 했다.

심금이(77)씨는 “나이가 있어 빨리 걷지 못하는데 무작정 오는 차 때문에 사고가 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고맙고 좋은 법”이라고 반겼다. 인근 병원을 찾은 정모(56)씨는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보행자를 바로 파악하기 어렵고 건너려는 의사를 판단하기도 모호하다”며 “보행자를 위해 마련된 법인 만큼 정확한 기준을 알려 잘 정착하면 좋겠다”고 했다.
2022-10-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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