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제거 끝’ 경복궁 담 공개…전체 복구 비용 청구한다

‘낙서 제거 끝’ 경복궁 담 공개…전체 복구 비용 청구한다

최재헌 기자
최재헌 기자
입력 2024-01-04 06:26
업데이트 2024-01-0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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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 사용된 물품 비용만 2000만원대
전문 인력·기타 복구 비용 더 늘어날 듯
법무법인에 손해배상 절차, 계산법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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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낙서 제거 작업을 마친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4.1.4 연합뉴스
4일 오전 낙서 제거 작업을 마친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4.1.4 연합뉴스
낙서로 얼룩졌던 서울 경복궁 담장이 복구를 마치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16일 낙서로 훼손된 담장에 대한 복구를 시작한 지 19일 만이다. 복구에 들어간 물품 비용만 2000만원이 넘은 가운데 문화재청은 인건비를 비롯한 전체 낙서 제거 비용을 청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 중이다.

문화재청은 4일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주변에 설치했던 가림막을 걷고 낙서 제거와 긴급 보존 처리 작업을 마친 담장을 공개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두 차례 발생한 ‘낙서 테러’로 훼손된 담장 구간은 영추문 좌·우측 12.1m,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일대 24.1m 등 총 36.2m에 달한다.

그간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와 국립고궁박물관 소속 보존 처리 전문가 수십명은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 래커로 오염된 흔적을 지우는 데 주력해왔다. 최근 세척과 색 맞춤 등 후반 작업까지 끝냈으며 별도 전문가 자문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겨울철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석재 상태를 고려해 오염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응급 복구 위주로 작업이 이뤄졌다”며 “현시점의 공정률은 80% 정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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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16일 오전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방향 담장이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알리는 스프레이 래커 문자로 훼손돼 있다.(위) 문화재청은 담장 훼손 현장에 임시 가림막을 설치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훼손 현장을 보존 처리 약품을 이용해 세척 작업 등을 하고 있다. (아래) 연합뉴스
2023년 12월 16일 오전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방향 담장이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알리는 스프레이 래커 문자로 훼손돼 있다.(위) 문화재청은 담장 훼손 현장에 임시 가림막을 설치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훼손 현장을 보존 처리 약품을 이용해 세척 작업 등을 하고 있다. (아래) 연합뉴스
낙서로 훼손된 담장을 복구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강추위로 작업이 중단된 기간을 빼면 총 8일간 낙서 제거 작업이 이뤄졌다. 작업에 투입된 인원과 작업 기간을 계산한 연인원은 234명, 하루 평균 29.3명이 투입된 셈이다.

스팀 세척기, 레이저 세척기 등 전문 장비를 빌리는 데 946만원이 쓰였고 작업에 필요한 방진복, 장갑, 작업화 등 용품 비용으로도 1207만원이 든 것으로 집계됐다. 낙서 흔적을 지우기 위한 물품 비용으로만 2153만원이 쓰인 셈이다.

작업에 투입된 전문가들의 인건비, 복구 작업에 들인 기타 비용까지 포함한 전체 금액은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문화재청은 “전문가 인건비 등을 포함한 전체 비용을 감정 평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산출한 뒤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며 “관계기관과 협력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복궁 측은 법무법인에 자문해 손해배상 청구 절차, 인건비 계산 범위, 비슷한 사례나 판결 결과 등을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지정문화재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면 원상 복구를 명령하거나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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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지정 문화재인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 래커로 낙서해 훼손한 10대 피의자 임모 군(왼쪽)과 2차로 낙서한 20대 설모 씨의 영장실질심사가 2023년 12월 2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사진 왼쪽은 임군이 영장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오른쪽은 설씨가 영장 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국가 지정 문화재인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 래커로 낙서해 훼손한 10대 피의자 임모 군(왼쪽)과 2차로 낙서한 20대 설모 씨의 영장실질심사가 2023년 12월 2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사진 왼쪽은 임군이 영장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오른쪽은 설씨가 영장 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앞서 지난해 12월 16일 오전 경복궁의 담장에서는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 래커로 쓴 ‘영화 공짜’ 등의 낙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임모(18)군과 여자친구 김모(17)양이 낙서를 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체포했다. 경찰은 임군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들은 텔레그램에서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운영자 ‘이 팀장’으로부터 낙서를 쓰면 월 1000만원씩 받도록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 청소년이 낙서하도록 부추긴 교사범을 아직 추적 중이다.

한편, 최초 낙서 사건 다음 날인 지난달 17일 스프레이 래커로 경복궁 담장에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를 받는 설모(29)씨는 구속돼 최근 검찰로 송치됐다.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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