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던지기’ 수법에 AI로 대응
마약 사범 10년 새 3배 가량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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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에선 경찰 신분을 속이고 마약범죄 조직에 잠입해 일망타진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마약 거래자에게 경찰이 돈을 송금해 위장 거래를 하는 ‘기회제공형’ 위장수사는 판례로 인정받지만 ‘언더커버’로 경찰 신분을 숨기고 조직에 잠입하는 ‘범의유발형’ 위장수사는 불법이다.
국무조정실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위장수사 합법화 추진을 비롯해 마약류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단속 대응체계를 강화하는 ‘1차 마약류 관리 기본계획(20-25~2029년)’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현재 마약류 수사는 경찰이란 사실을 밝히지 않고 범죄자와 접촉하는 ‘신분 비공개 수사’만 제한적으로 할 수 있다. 아예 가짜 신분을 만들어 범죄자를 속이는 위장 수사는 할 수 없다.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마약 유통 조직 특성상, 조직의 상선(총책)을 수사하려면 수사관이 조직 내부에 직접 잠입해야 하지만 위장 수사의 허용 요건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법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만 신분 비공개 수사와 신분 위장 수사 특례를 두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마약류 수사에 위장 수사를 도입하려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며, 국회에 관련 개정안 3건이 발의돼 심사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독일 등은 이미 마약류 범죄에 위장 수사 제도를 도입했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마약운전’에 대한 특별단속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음주 측정에서 알코올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뭔가에 취한 운전자로 의심될 때 약물 측정 검사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강제력을 동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 운전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못 한다. 정밀 검사를 위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는 동안 운전자는 대처할 시간을 벌게 된다. 정부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운전자가 약물 측정 검사를 거부하면 음주 단속을 거부했을 때처럼 처벌할 방침이다.
특정 장소에 마약을 두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일명 ‘던지기’ 수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에 인공지능(AI) 기술도 활용한다. 범죄 조직 내부자가 제보하면 형을 감면하거나 면제하는 ‘사법 협조자 형벌감면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마약류 사범은 2013년 9764명에서 2023년 2만 7611명으로 10년 새 3배가량 증가했다. 국내 불법 투약자 규모는 2023년 기준 31만~46만명으로 추산되며 마약 운전 등 2차 범죄 사례도 증가세다.
2025-01-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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