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한테 태어난 게 잘못된 것 같아 미안하다”… 편지 남기고 아들 떠난 중국인 아버지

“아빠한테 태어난 게 잘못된 것 같아 미안하다”… 편지 남기고 아들 떠난 중국인 아버지

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입력 2023-09-08 11:47
수정 2023-09-08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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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목적으로 제주입도 한 뒤
아들과 서귀포 공원서 노숙생활
보육원에 아이 맡기려 시도했으나
자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발
편지 남기고 아들 유기했다가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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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중국인 아빠와 제주에 입도한 아이가 서귀포시 혁신도시 한 공원 화장실 인근에서 아빠가 안 보이자 아빠를 찾아 왔다갔다 하고 있다. 제주경찰청 제공 영상 캡처
지난달 14일 중국인 아빠와 제주에 입도한 아이가 서귀포시 혁신도시 한 공원 화장실 인근에서 아빠가 안 보이자 아빠를 찾아 왔다갔다 하고 있다. 제주경찰청 제공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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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아빠가 지난달 24일 편지만 남기고 아들을 놔두고 떠나버렸다. 편지 내용에는 좋은 곳에서 자라달라는 글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경찰청 제공
중국인 아빠가 지난달 24일 편지만 남기고 아들을 놔두고 떠나버렸다. 편지 내용에는 좋은 곳에서 자라달라는 글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경찰청 제공
“아들아 ,네가 잘못 태어난 것 같다. 나한테서 태어난 게 잘못된 거 같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 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못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나쁜 아빠가.”

8일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관광목적으로 제주에 입도해 ‘좋은 곳에서 자라달라’는 영문편지를 남기고 아들(8)을 유기한 중국 국적 남성 A(37)씨가 지난 1일 구속 기소해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 7일 A씨를 구속 기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앞서 지난달 14일 상하이를 통해 관광 목적으로 아들과 제주에 무사증으로 입국했다. 며칠간 제주시내 숙박업소에서 지내다가 경비가 떨어지자 같은 달 17일부터 서귀포 혁신도시 인근 공원에서 약 일주일여 노숙생활을 해 온 것 같다”면서 “아이를 한국보육원에 맡기려고 몇번 시도했으나 보육원 측에서 자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아 결국 편지와 함께 아들을 두고 사라졌다”고 말했다.

신고한 서귀포시청 관계자는 공원 화장실 인근에서 아이가 아빠를 찾는 모습을 보고 112에 신고했다.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아들은 아빠와 공원에서 밤을 보내고 일어나보니 아빠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아들에게 남긴 편지에는 영어로 ‘아이에게 미안하다. 중국보다 환경이 나은 한국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좋은 시설에서 생활하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아내 없이 양육하며 아들을 잘 키울 자신이 없었다. 중국보다 더 나은 환경의 한국 아동보호시설에서 자라길 바라고 그랬다. 한국에 가면 좋은 환경 속에서 아이가 교육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아들을 놔두고 자신은 시내로 나와 있다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추적한 경찰에 의해 서귀포시의 한 도로에서 긴급체포했다. A씨는 한달짜리 무사증을 발급받아 와서 이달 13일 출국해야 할 상황이다.

제주의 한 아동보호시설에 머물던 아들은 현재 영사관을 통해 중국에 있는 친척인 고모와 연결돼 지난 7일 출국했다.

경찰 관계자는 “두장의 편지를 보니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아빠의 심정은 충분히 공감은 가지만 방법과 선택이 잘못됐다”면서 “아이를 버릴 생각보다 같이 잘 살아보려고 노력했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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