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재수정 용의…교육부에 요청”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재수정 용의…교육부에 요청”

입력 2014-01-08 00:00
수정 2014-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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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배포금지 가처분 첫 심문…신청인 “수용 불가”

교학사가 이념 편향 논란 등이 일고 있는 자사의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최종본 인쇄를 앞두고 교육부에 재수정 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박희승 수석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교과서 배포금지 가처분 사건의 첫 심문에서 교학사 측 소송대리인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의 표현을 다시 수정하기 위해 교육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위안부 피해자 등 9명은 “피신청인(교학사)이 발행하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2014년 2월 고교에 배포해서는 안 된다”며 지난달 26일 교학사를 상대로 교과서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이날 첫 심문 기일이 진행됐다.

교학사 측은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현재는 전시본만 나온 상태”라면서 “오해의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청인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부 표현을 수정해 최종본을 인쇄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교학사가 밝힌 구체적인 수정 내용은 총 9가지다.

가장 논란이 된 ‘식민 근대화론’에 대해 교학사 측은 전시본 교과서 282쪽의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들은 시간 사용의 합리화와 생활 습관의 개선을 일제로부터 강요받았다’를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들은 시간 관념과 생활 습관을 바꿀 것을 일제로부터 강요받았다’로 일부 수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해서는 ‘현지 위안부와 달리 조선인 위안부는 전선의 변경으로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 원래 표현이 ‘강제로 끌려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로 수정됐다.

이 밖에 보도연맹 사건에 대해 ‘북한군이 남침하자 이들이 북한에 협조할지 모른다는 의구심 때문에 이들을 처형하였다’에서 신청인들이 문제로 삼은 ‘처형’이라는 단어를 ‘학살되었다’로 바꾸는 등 신청인 측에서 제기한 표현을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신청인 측 소송대리인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신청인 측은 “표현 몇 개를 고친다고 해서 전체적인 맥락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수정이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고 이는 정식 절차도 아니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기 시작 6개월 전까지 교과서를 결정해야 하는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재수정은 실현 불가능하다”며 “교육부가 지난달 최종 승인한 교과서를 또 고친다면 애초에 굳이 검정 절차를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신청인 측은 “교학사 교과서를 정식 채택한 학교는 적지만 채택을 철회한 학교라고 하더라도 ‘균형잡힌 시각’을 이유로 보조 교재로 채택한다는 학교가 있을 수 있다”며 ‘변칙 채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배포금지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다.

한편 신청인 등 20여명은 이날 심문에 앞서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식민 지배·전쟁 범죄·국가 폭력 피해자들의 인격권을 침해한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사법부가 역사 정의에 부합하는 판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재판부는 교과서 배포 시기를 고려해 이달 안에 배포금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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