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늪에 빠진 약자들] 하위 25% 10년새 0.5%P↑, 상위 25% 가정에선 1%P↓
음악에 맞춰 10분간 쉴 새 없이 줄을 뛰어넘자 10살 민정(여)이의 이마에서 구슬땀이 흐른다. 방학을 맞아 일주일에 세 번, 어린이 스포츠클럽에서 유산소 운동을 한 시간씩 한다. 10번 수업에 15만원. 연봉 8400만원을 받는 민정이 아빠에게 이 정도는 아깝지 않다. 엄마가 챙겨 주는 저열량·저염 식단도 빠뜨리지 않는다. 아침에도 참치 샌드위치(470㎉)와 사과 반쪽(57㎉), 저지방 우유 1잔(80㎉)을 먹었다. 10세 아동의 한 끼 권장 열량(580㎉)을 얼추 맞췄다. 민정이의 키는 또래보다 큰 145㎝, 몸무게는 평균인 38㎏이었다.최근 10년 사이 소득에 따른 비만율 격차가 더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비만의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신문이 15일 질병관리본부에 의뢰해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토대로 소득수준별 비만 유병률을 분석한 결과 소득 하위 25% 가정의 여아(2~18세) 비만율은 2001년 9.5%에서 2010~2012년 평균 10.0%로 증가했다. 반면 상위 25% 가정 여아의 비만율은 2001년 8.3%에서 2010~2012년 평균 7.3%로 떨어졌다. 소득 하위 25% 가정의 여아는 10년 사이 1일 지방 섭취량이 3.5g 늘어 2010~2012년 평균 40.2g이었지만, 소득 상위 25% 여아의 지방 섭취량은 47.4g으로 변함없었다.
소득에 따른 비만율 변화가 가파른 편은 아니지만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저소득층 아동·청소년들은 학교의 관리를 받지 못하는 방학에 급격히 뚱뚱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오상우(가정의학과) 동국대 일산병원 교수는 “딸의 비만에 대해 아들보다 민감하기 때문에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모는 식단과 운동량 등을 철저히 관리해 주지만 저소득층 아이는 방치된 채 ‘정크푸드’(고열량·저영양 음식)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4-01-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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