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의료수가 보고서
의료영리화에 반대하며 3월 총파업을 예고했던 대한의사협회가 막상 대정부 협상이 수일 내로 가까워오자 ‘의료수가 올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의료수가는 원가의 75% 수준으로 너무 낮아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인데, 현실은 어떨까.15일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의 의뢰로 이해종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등이 분석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주요 의료수가 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맹장수술과 제왕절개, 백내장 수술의 국내의료수가는 의료선진국인 미국 등 8개 나라와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맹장수술 수가는 약 2000달러로 가장 비싼 미국(1만 4010달러)의 7분의1 정도였고 1329달러 정도인 국내 백내장 수술 수가는 1위인 스위스(5310 달러)의 4분의1에 불과했다. 제왕절개 역시 한국이 1769달러로 미국(1만 8460달러)의 10분의1, 호주(1만 1425달러)·스위스(1만 2318달러) 등과 비교했을 때 6분의1 정도였다.
시술뿐 아니라 영상기기 사용수가 수준도 한국이 가장 낮았다. 한국의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수가는 78달러로, 캐나다·스페인·프랑스·독일·스위스 등과 비교했을 때도 최저 1.5배 이상 차이가 났다.
건강보험 진료만으로 수익 보전이 힘든 병원들은 비급여 진료에서 부족분을 보전하고 있다. 병원들이 건강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남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료수가가 충분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다만 무작정 수가를 올리는 대신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해 의료 보장성 혜택을 늘리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한편 이날 대한의사협회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총파업에 반대한다는 의견(56.2%)이 찬성(39.2%)보다 17% 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4-01-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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