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공간 동성 성행위, 무조건 처벌은 부당”… 대법 판례 바꿨다

“사적 공간 동성 성행위, 무조건 처벌은 부당”… 대법 판례 바꿨다

강윤혁 기자
강윤혁 기자
입력 2022-04-21 22:14
수정 2022-04-2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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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원합의체 판결 배경

군형법상 적용 범위가 주요 쟁점
성적 자기결정권·군기 침해 따져
동성애 혐오·추행 평가도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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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영외, 근무시간 외의 동성 군인 간 성관계 처벌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위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영외, 근무시간 외의 동성 군인 간 성관계 처벌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위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가 21일 동성 군인 간 사적 공간에서의 합의 성관계를 군형법상 추행죄(92조의6)로 처벌할 수 없다는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은 이제 군에서도 동성애 자체를 범죄로 보는 시대는 끝났다는 선언적 의미가 있다. 동성애로 처벌하려면 성적 자기결정권과 군기 침해 여부 등을 따져 보라는 것이다.

이날 판결의 쟁점은 군형법이 금지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이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느냐다. 기존 판례는 남성 군인 간 성행위 자체가 여기 해당된다고 보고 처벌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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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나온 대법원 다수의견(8명)은 이 규정의 보호법익인 ‘군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나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사적공간에서의 합의에 따른 동성 간 성행위는 군기 침해도,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도 아니기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현복 대법원 공보재판연구관은 “동성 간 성행위는 무조건 군기 침해에 해당해 처벌대상이 된다고 봤던 종래 판결 취지를 변경한 것”이라면서 “단 영내에서 근무기간 중 동성 간 성행위가 있었다면 판례 법리처럼 군기 침해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현행 규정상 ‘항문성교’는 이성 간에도 가능한 만큼 동성 군인 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추행’에 대한 일반적 관념이나 동성애에 대한 평가도 시대와 사회에 따라 바뀐다고 봤다. 동성애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거나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추행이란 평가는 더이상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별개의견을 낸 대법관 3명도 동성애만으로 처벌을 하는 규정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다만 안철상·이홍구 대법관은 상호 합의 여부로 법을 적용할지 말지 따지는 것은 법률 해석을 넘어서는 행위라고 지적했고 김선수 대법관은 합의한 성관계도 군기 침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는 해석은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조재연·이동원 대법관은 “대법원의 종전 해석은 타당하므로 별도의 입법 조치가 없는 한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육군본부 중앙수사단이 2017년 특정 사건을 계기로 동성애자 군인에 대한 정보를 부적절한 방법으로 취득하고 수사 대상을 확대한 점도 지적했다.

당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자백을 받고 휴대전화를 임의로 제출받는 등 위법한 수사가 이뤄져 이 사건에서도 일부 증거의 증거능력은 부정된 바 있다.

2022-04-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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