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연구진, 대중매체의 마른 몸매 부각 사진은 섭식장애, 불만족감 원인
몇 년 전부터 세계 패션업계에서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의 비정상적으로 삐쩍 마른 모델이 무대에 설 수 없도록 하는 규제가 발표돼 화제가 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정상체중보다 적은 저체중의 마른 몸매를 가진 모델들이 패션쇼에 등장하고 각종 패션잡지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사이언스 제공
영국 옥스포드대, 브리스톨대, 배스대, 런던대(UCL), 버밍엄대 공동연구팀은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매를 강조하는 언론매체들의 이미지들이 많은 여성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심할 경우 섭식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영국왕립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로열 소사이어티 오픈 사이언스’ 9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체질량지수(BMI)가 정상인 18~25세 여성 200명에게 다양한 체형을 가진 똑같은 인종의 19~25세 사이 여성 사진을 보도록 했다. 연구팀이 실험참가자들에게 보여준 사진은 똑같은 여성의 사진을 화소와 크기 등을 컴퓨터 이미지프로그램으로 조정해 ‘저체중’ ‘정상’ ‘과체중’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연구팀은 사진을 본 뒤 10점 척도로 자신의 몸매를 채점하는 한편 만족도를 기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저체중 상태인 여성의 사진을 본 사람들은 자신의 몸매에 대해 만족도가 낮았고 자신이 뚱뚱하다거나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기록했다. 반면 정상이나 과체중 체형의 사진을 본 사람들은 평소 자신의 몸에 관심이 없는 이들까지도 자신의 몸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른 체형 모델의 사진을 본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 다른 사진을 본 사람들보다 10% 가량 높게 나타났다.
더군다나 이런 신체 만족도는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마른 체형의 여성들 이미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정상인 사람들도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몸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헬렌 보울더 옥스포드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전체 여성 건강을 위해서라도 언론 매체들이 정상적이거나 심지어 과체중의 여성들을 미디어에 노출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업들도 모델의 체형이 제품 광고효과나 판매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기존 연구결과들을 참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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