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적’ 진딧물, 천적 냄새로 치익~

‘식물의 적’ 진딧물, 천적 냄새로 치익~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1-08-25 17:06
수정 2021-08-26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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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충이 두려워하는 ‘공포의 냄새’

음식 찾거나 짝짓기할 때 후각에 의존
포식자 무당벌레 내뿜는 냄새 맡으면
진딧물 번식 늦어지고 움직임 둔해져
美 연구진 강한 거부 반응 화합물 발견
인체에 해롭지 않고 효과적으로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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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크기로 식물의 진액을 빨아먹는 진딧물은 초보 정원사와 농부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다. 위키피디아 제공
2~4㎜ 크기로 식물의 진액을 빨아먹는 진딧물은 초보 정원사와 농부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다.
위키피디아 제공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줄면서 실내 정원 가꾸기인 ‘홈가드닝’이나 도시 텃밭 가꾸기를 통해 코로나 우울증을 극복하고 야외 활동을 대신하려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처럼 식물 키우기가 다른 어떤 방법보다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은 많다. 영국 엑서터대 의대와 왕립원예학회 공동연구팀은 집 안에 작은 정원을 들이는 것이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고 건강과 삶의 만족도를 높여 준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환경·건축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조경과 도시계획’에 발표했다. 미국 연구진도 지난해 정원 가꾸기가 노년층 여성의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고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집 안에 화분을 들여놓거나 작은 텃밭을 만드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지만, 금세 시드는 식물과 어느새 들끓는 벌레들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농대 곤충학과 화학자와 생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이 ‘공포의 냄새’를 이용해 해충을 효과적으로 제거해 정원과 농작물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행사인 ‘미국화학회(ACS) 2021년 가을 콘퍼런스’에서 발표됐다.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이번 콘퍼런스는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에서도 동시에 열린다.

초보 정원사, 농부를 괴롭히는 대표적인 해충은 진딧물이다. 몸길이가 2~4㎜에 불과한 진딧물은 식물 줄기나 잎에 모여 사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식물의 즙액을 빨아 먹을 뿐만 아니라 식물바이러스병을 옮겨 이중으로 해를 끼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2700종이 있는데 한국에는 330종이 분포해 있다. 육안으로는 똑같아 보이는 진딧물이지만 생태가 다르고 한 식물에 다른 종류의 진딧물이 붙어 있는 경우가 있어 완벽하게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살충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자주 쓰면 내성이 생긴다는 문제도 있다.

연구팀은 곤충들이 음식을 찾거나 짝짓기를 할 때 후각 신호에 의존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천적인 무당벌레 냄새를 이용하면 진딧물을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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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벌레가 식물 줄기와 잎에 붙어 있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모습. 화학자와 생물학자들은 진딧물의 천적인 무당벌레가 내뿜는 냄새들을 정밀 분석해 진딧물이 가장 싫어하는 냄새의 성분이 무엇인지 찾아냈다. 위키피디아 제공
무당벌레가 식물 줄기와 잎에 붙어 있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모습. 화학자와 생물학자들은 진딧물의 천적인 무당벌레가 내뿜는 냄새들을 정밀 분석해 진딧물이 가장 싫어하는 냄새의 성분이 무엇인지 찾아냈다.
위키피디아 제공
우선 연구팀은 진딧물은 포식자인 무당벌레가 있는 일정 공간에는 접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무당벌레가 내뿜는 냄새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진딧물 번식 속도가 늦어지고 불임증상이 나타나며 움직임까지 둔해지는 등 이동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도 알아냈다.

그다음 연구팀은 가스 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법을 활용해 살아 있는 무당벌레에서 방출되는 냄새들을 구분하고 분류했다. 이렇게 분류해 낸 무당벌레의 냄새 화합물 각각에 진딧물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해 ‘곤충 감각전도측정기’(EAG)를 사용해 관찰했다. 그 결과 진딧물은 무당벌레가 방출하는 여러 화합물 중 아이소프로필 메톡시피라진, 아이소부틸 메톡시피라진, 세크부틸 메톡시피라진 등 메톡시피라진 화합물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메톡시피라진은 풀, 피망, 와인 등에도 포함된 성분으로 인체에는 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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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 동물에서 추출한 화합물은 물에 섞거나 향수나 디퓨저처럼 간단히 뿌리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특히 일반 살충제와 달리 인체에 무해하고 내성 문제도 없어 텃밭 가꾸기를 시작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천적 동물에서 추출한 화합물은 물에 섞거나 향수나 디퓨저처럼 간단히 뿌리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특히 일반 살충제와 달리 인체에 무해하고 내성 문제도 없어 텃밭 가꾸기를 시작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세라 허먼 교수(행동 및 화학생태학)는 “이번 연구는 분석화학적 방법으로 인체에는 무해하고 내성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해충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찾아낸 것”이라며 “연구 결과를 실제 정원이나 농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해충 박멸 디퓨저 개발로 연결하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021-08-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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