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이 두려워하는 ‘공포의 냄새’
음식 찾거나 짝짓기할 때 후각에 의존포식자 무당벌레 내뿜는 냄새 맡으면
진딧물 번식 늦어지고 움직임 둔해져
美 연구진 강한 거부 반응 화합물 발견
인체에 해롭지 않고 효과적으로 제거
2~4㎜ 크기로 식물의 진액을 빨아먹는 진딧물은 초보 정원사와 농부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다.
위키피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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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집 안에 화분을 들여놓거나 작은 텃밭을 만드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지만, 금세 시드는 식물과 어느새 들끓는 벌레들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농대 곤충학과 화학자와 생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이 ‘공포의 냄새’를 이용해 해충을 효과적으로 제거해 정원과 농작물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행사인 ‘미국화학회(ACS) 2021년 가을 콘퍼런스’에서 발표됐다.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이번 콘퍼런스는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에서도 동시에 열린다.
초보 정원사, 농부를 괴롭히는 대표적인 해충은 진딧물이다. 몸길이가 2~4㎜에 불과한 진딧물은 식물 줄기나 잎에 모여 사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식물의 즙액을 빨아 먹을 뿐만 아니라 식물바이러스병을 옮겨 이중으로 해를 끼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2700종이 있는데 한국에는 330종이 분포해 있다. 육안으로는 똑같아 보이는 진딧물이지만 생태가 다르고 한 식물에 다른 종류의 진딧물이 붙어 있는 경우가 있어 완벽하게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살충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자주 쓰면 내성이 생긴다는 문제도 있다.
연구팀은 곤충들이 음식을 찾거나 짝짓기를 할 때 후각 신호에 의존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천적인 무당벌레 냄새를 이용하면 진딧물을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다.
무당벌레가 식물 줄기와 잎에 붙어 있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모습. 화학자와 생물학자들은 진딧물의 천적인 무당벌레가 내뿜는 냄새들을 정밀 분석해 진딧물이 가장 싫어하는 냄새의 성분이 무엇인지 찾아냈다.
위키피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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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연구팀은 가스 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법을 활용해 살아 있는 무당벌레에서 방출되는 냄새들을 구분하고 분류했다. 이렇게 분류해 낸 무당벌레의 냄새 화합물 각각에 진딧물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해 ‘곤충 감각전도측정기’(EAG)를 사용해 관찰했다. 그 결과 진딧물은 무당벌레가 방출하는 여러 화합물 중 아이소프로필 메톡시피라진, 아이소부틸 메톡시피라진, 세크부틸 메톡시피라진 등 메톡시피라진 화합물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메톡시피라진은 풀, 피망, 와인 등에도 포함된 성분으로 인체에는 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적 동물에서 추출한 화합물은 물에 섞거나 향수나 디퓨저처럼 간단히 뿌리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특히 일반 살충제와 달리 인체에 무해하고 내성 문제도 없어 텃밭 가꾸기를 시작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2021-08-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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