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벌’이 커피 맛을 좌우한다고?

‘새’와 ‘벌’이 커피 맛을 좌우한다고?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2-04-10 21:36
수정 2022-04-1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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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농장에 새와 벌 없을 경우
커피콩 수확량은 4분의1 줄어
새와 벌이 활발하게 활동해야
열매 무게·균일성이 훨씬 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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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맛을 좌우하는 데에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커피 콩의 품질도 중요하다. 지구온난화와 여러 요인 때문에 새와 벌이 감소하면서 커피 콩 품질 하락으로 커피의 맛이 저하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커피 맛을 좌우하는 데에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커피 콩의 품질도 중요하다. 지구온난화와 여러 요인 때문에 새와 벌이 감소하면서 커피 콩 품질 하락으로 커피의 맛이 저하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오! 커피는 얼마나 맛 좋은가/천 번의 키스보다 달콤하고/무스카텐 술보다 부드러워/나는 커피를 마실 거야/누구든 나를 원한다면/아, 제게 커피를 주세요.”

●美 국제학술지 ‘PNAS’에 실려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작곡한 세속 칸타타 중 하나인 ‘커피 칸타타’는 바흐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통통 튀는 경쾌함을 느끼게 한다. 전 세계에서 물만큼이나 많이 소비되는 음료가 커피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커피는 일부 사람들만 즐기는 기호식품이 아닌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음료로 자리잡았다.

커피 소비가 증가하면서 커피 맛을 따지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커피 맛은 커피 원두의 질과 신선도, 커피 생두를 볶는 로스팅, 분쇄하는 그라인딩, 사용하는 물, 물의 온도 등 다양한 요소가 좌우한다. 그런데 커피 맛을 좌우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환경학자들이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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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생장을 위해서는 해충을 잡아먹는 새, 가루받이를 담당하는 벌이 있어야 한다. 전 세계인의 기호품인 커피 역시 새와 벌 없이는 생산량은 물론 품질도 급격히 떨어진다. 픽사베이 제공
식물의 생장을 위해서는 해충을 잡아먹는 새, 가루받이를 담당하는 벌이 있어야 한다. 전 세계인의 기호품인 커피 역시 새와 벌 없이는 생산량은 물론 품질도 급격히 떨어진다.
픽사베이 제공
코스타리카 열대농업연구·고등교육센터(CATIE), 미국 버몬트대 환경·자연학부, 군드 환경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새와 가루받이(수분·受粉) 매개 동물인 벌이라고 10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PNAS’ 4월 5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코스타리카에 있는 커피 농장 30곳을 대상으로 벌의 수분과 조류에 의한 해충 방제 효과를 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조사했다. 연구팀은 새들의 활동만 있을 경우, 벌 활동만 있을 경우, 새와 벌 활동 둘 다 없는 경우, 벌과 새의 활동이 자유로운 네 가지 조건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새와 벌이 없을 경우 커피콩의 수확량은 4분의1이 줄었고 헥타르(㏊)당 1066달러(약 131만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다른 조건들보다 새와 벌이 모두 활발하게 활동하면 커피 품질과 가격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인 열매의 무게나 균일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콩이 훨씬 크고 고르며, 열매도 더 많이 열린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알레한드라 마르티네스 살리나스 박사(열대응용생태학)는 “자연은 여러 구성체들의 상호작용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라고 알려져 있다”며 “실제 경제적, 생태학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다가 이번 연구를 통해 새와 벌 이외 많은 생물종들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관계하는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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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열대우림이 파괴되면서 서식하는 새들도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됐다. 중남미 지역에 서식하는 흰깃털앤트렌 수컷의 모습.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 제공
지구온난화로 열대우림이 파괴되면서 서식하는 새들도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됐다. 중남미 지역에 서식하는 흰깃털앤트렌 수컷의 모습.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 제공
●온난화로 새 개체수 70% 사라져

문제는 커피 맛을 좌우하는 생물들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대, 와이오밍대, 시애틀 워싱턴대, 캐나다 앨버타대, 캐나다 국립야생보호국, 파나마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1977년부터 2020년까지 약 43년 동안 파나마 지역과 남미 지역의 조류 종류와 개체수를 조사한 결과 약 70%가 사라졌다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도 국제 학술지 ‘PNAS’ 4월 5일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43년, 8만 4000시간 동안 채집활동을 벌여 150종, 1만 5000마리 이상의 새들을 포착하고 57종에 대해서는 장기 추적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연구를 처음 시작했던 1977년과 비교해 2020년에는 70%에 해당하는 40종의 새가 사라지고 35종은 처음에 비해 개체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개체수가 첫 조사 때와 비교해 늘어난 것은 벌새와 아메리카 오색조 2종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열대우림의 벌목과 도시개발 그리고 지구온난화가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새들의 개체수와 종류는 지금보다도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져 새들을 볼 수 없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을 내놨다.
2022-04-1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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