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장단 10안타로 LG 꺾어
5회말 롯데 공격이었다. 잠잠하던 구장이 갑자기 술렁대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급변했다. 1사 1·3루 상황. 7번 타자 박종윤이 1루수 앞 땅볼을 때렸다. LG 1루수 박병호가 한번 공을 더듬은 사이 3루에 있던 가르시아가 홈으로 질주했다. 무리였다. 타이밍이 늦었다. 포수 김태군은 송구를 받아 홈에서 기다렸다. 문제장면은 거기서부터였다. 가르시아는 그대로 돌진했다. 어깨부터 들어가며 김태군을 튕겨냈다. 김태군 마스크가 날아갈 정도로 큰 충돌이었다.LG 투수 김광삼이 가르시아에게 소리질렀다. 너무한 것 아니냐는 의사표시였다. 박병호도 달려들었다. 가르시아는 안 지고 얼굴을 맞댔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해야 할 당연한 플레이라는 얘기였다. 두 팀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모두 뛰쳐나왔다. 시즌 1호 벤치 클리어링이었다.
야구는 분위기의 스포츠다. 한 차례 충돌 뒤 다음 플레이가 중요하다. 흐름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승부의 추는 요동치게 마련이다. 분위기 잘 타고 불안요소 많은 두 팀 경기라 더욱 그랬다. 둘다 최근 분위기가 워낙 안 좋다. LG는 나쁜 성적에 선수단 내홍이 겹쳤다. 롯데는 수비불안에 시달리며 시즌 5연패를 경험했다. 양팀 선발은 1032일 만에 등판하는 LG 김광삼과 기복 심한 롯데 송승준.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을 가능성이 컸다.
일단 롯데가 좋았다. 다음 타자 김민성이 우중간 2루타를 날렸다. 2명 주자가 모두 들어왔다. 6-1로 앞섰다. 완연한 롯데 분위기였다. LG도 흐름을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 썼다. 이어진 6회초 공격. 이대형-정성훈의 연속안타 뒤 박용택이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3점포를 쏘아올렸다. 점수는 순식간에 6-4. 불펜과 수비에 약점이 있는 롯데 특성상 경기는 어디로 갈지 모르게 됐다.
6회말 롯데 공격이 중요했다. LG로선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하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반면 한 점이라도 내주면 후반이 힘들어진다. LG 교체 투수 김광수는 투아웃까진 잘 잡았다. 그러나 끝이 안 좋았다. 홍성흔이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때렸다. 7-4. 점수차는 불과 3점이지만 분위기가 롯데로 넘어갔다. 9회초 위기가 있었지만 잘 넘겼다. 결국 롯데가 6일 사직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0시즌 LG와 첫 경기에서 7-5로 이겼다. 홍성흔 홈런 포함 장단 10안타를 몰아쳤다. LG는 이날 벤치클리어링으로 분위기 전환을 노렸지만 헛심만 썼다.
잠실에선 두산이 한화를 3-2로 눌렀다. 대구에선 삼성이 넥센을 7-3으로, 문학에선 KIA가 SK를 3-1로 이겼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10-04-07 2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