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중계방송 해설은 하지 않겠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차범근(57)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사령탑에서 자진해서 사퇴했다.차범근 감독
차 감독은 이어 월드컵 기간에 SBS 축구해설 계획에 대해선 “해설은 감독과 마찬가지로 집중력과 에너지를 많이 필요하다”며 “지금 상태에서 중계할 자신이 없다. SBS의 배려는 감사하지만 스스로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지난 2004년부터 수원의 지휘봉을 잡았던 차 감독은 일곱 시즌을 마치지 못한 채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차 감독의 계약기간은 2011년까지였다.
차 감독은 수원을 맡는 동안 정규리그에서 두 차례(2004년, 2008년) 우승하고 컵 대회에서도 두 차례(2005년, 2008년) 정상에 올랐다. 또 FA컵에서는 2009년 한 차례 우승컵을 차지했다.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손꼽히며 한국인 최초로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던 차 감독은 1978년 다름슈타드를 시작으로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을 거치면서 정규리그에서만 98골을 터트리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화려한 현역생활을 끝내고 1991년 현대 감독으로 부임해 1994년까지 4년간 팀을 이끌었던 차 감독은 잠시 야인으로 머물다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감독을 맡았지만 조별리그에서 2연패를 당하고 나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경질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후 중국 슈퍼리그 선전 핑안의 감독을 잠시 맡았던 차 감독은 2003년 10월 수원과 3년 계약을 맺으면서 10년 만에 K-리그에 복귀했다.
부임 첫해에 K-리그를 제패하며 화끈하게 첫 시즌을 시작한 차 감독은 이듬해 한중일 A3대회와 컵대회 우승을 이어가면서 명장 반열에 올랐고, 2008년에는 정규리그와 컵 대회를 모두 우승하며 수원의 전성기를 열었다.
또 차 감독은 지난해에도 FA컵 우승을 맛보면서 수원을 201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시켜놨다.
수원 감독 시절에도 명암은 있었다. 2006년 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서포터스들의 퇴진운동까지 지켜봐야 했던 차 감독은 그해 월드컵에서 MBC 해설위원을 맡으면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후기리그 우승으로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정규리그에서도 10위에 그쳤지만 FA컵 우승으로 잠시 숨을 돌렸던 차 감독은 올해 팀 역대 최다 연패(6연패)에 빠지면서 정규리그 최하위로 내려앉으며 결국 사퇴를 결심했다.
차 감독은 “우선 쉬는 게 중요하지만 지도자는 계속 스스로 업그레이드돼야 하는 만큼 해외에서 세계 축구의 흐름을 보고 느끼는 게 필요하다”며 “언제까지 쉴지 모르겠지만 몸이 근질근질해지면 다시 사령탑으로 K-리그에 복귀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 세계클럽월드컵 정상에 도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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