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창단 최다 9연패… 급전직하 3대 원인
프로야구 디펜딩 챔피언 KIA가 흔들리고 있다. 남아공월드컵으로 전국이 들뜬 사이 9연패 늪에 빠졌다. 9연패는 전신인 해태 시절까지 포함해 팀 최다 연패 기록이다. 연패가 시작된 건 지난 18일 문학 SK전부터다. 당시 치열한 3위 싸움 중이었다. 불과 열흘 사이 상황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지금은 6위가 제자리다. 현재 분위기로는 언제 치고 올라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흔들리는 선발진
KIA는 투수력의 팀이다. 6선발 로테이션까지 가능한 선발진이 팀의 중심을 이룬다. 그러나 1, 2선발이 모두 정상이 아니다. 윤석민은 부상이다. 연패가 시작되던 SK전. 역투한 윤석민은 3-4 역전패 뒤 분을 못 참고 주먹으로 라커의 문을 쳤다. 손가락 골절로 6주 진단. 전반기를 아예 접었다.
로페스는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 피홈런만 17개로 리그 투수 가운데 1위다. 올 시즌 초반부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모습도 자주 보이고 있다. 수시로 분노를 터트리며 더그아웃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 코칭스태프가 잇따라 경고했지만 팀 분위기는 이미 엉망이 됐다. 윤석민의 ‘자해’ 소동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사라진 CK포
원래 KIA는 타력이 약한 팀이다. 적은 점수를 내지만 더 적은 점수만 허락해 이긴다. 그러나 최근엔 그 최소한의 점수도 못 내고 있다. 9연패하는 동안 KIA의 총 득점은 23점에 불과했다. 게임당 평균 2.55점만 뽑았다는 얘기다. 9경기 가운데 완봉패는 두 차례였다. 올 시즌 경기당 한팀 리그 평균 득점은 5.1점이다.
지난 시즌 팀 타선을 받치던 CK포(최희섭-김상현)가 정상 가동을 못 하고 있다. 시즌 초반 무릎부상으로 이탈했던 김상현은 복귀한 지 2주 만에 다시 오른쪽 종아리를 다쳤다. 지난 26일 엔트리에서 다시 제외됐다. 최희섭이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집중되는 견제가 부담스럽다.
●무너진 팀 분위기
가장 큰 문제는 팀 분위기다. 타력은 원래 사이클이 있다. 탄탄한 선발진도 계기만 생기면 금세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KIA의 팀 분위기는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문제는 시즌 개막 전부터 시작됐다. 깜짝 우승을 차지했지만 매끄러운 논공행상에 실패했다. 돈을 적게 쓰진 않았지만 과정이 안 좋았다. 선수단과 구단의 자존심 대결이 이어졌다. 팀 분위기는 뒤숭숭해졌고 공동운명체 의식이 옅어졌다.
잃을 게 없었던 지난 시즌과 달리 다시 우승을 이뤄야 한다는 부담감도 작용했다. 매 경기 지나치게 잘하려고 한다. 그러나 조금 삐끗하면 감정적으로 흔들린다. 윤석민의 자해 부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문제의 뿌리가 깊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10-06-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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