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김동진 발굴… 유망주 육성전문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 내정된 조광래(56) 경남 감독은 유망주 발굴에 뛰어난 지도자다. 서울의 전신인 안양 감독 시절 이청용(볼턴), 김동진(울산) 등을 찾아냈고, 경남에서는 서상민, 김태욱, 이용래, 윤빛가람 등 무명 선수들을 K-리그 최고급으로 키워놨다.이는 조 감독 자신의 축구인생 경험과 맞닿아 있다. 조 감독은 고등학교 2학년이 돼서야 축구를 시작했다. 공부를 잘해 명문 진주고에 입학했지만 축구에 끌린 운명을 거부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날카롭게 읽어낸다.
조 감독은 남들을 따라잡기 위해 남몰래 산을 올라타며 기술과 체력을 키웠다. 그래서 별명도 ‘악바리’. 덕분에 특기생이 아닌 연세대 신입생 때 주전을 꿰찼고, 곧이어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단위’로 패스를 연결한다고 해서 ‘컴퓨터 링커’라는 별명을 얻었고, 쉼 없이 뛴다고 해서 ‘독일 병정’으로도 불렸다.
1986 멕시코월드컵에 이어 1986 서울아시안게임 결승전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려 우승을 이끌며 국가대표 인생을 마쳤다. 이후 지도자로 나선 조 감독은 1992년 프로축구 대우 감독을 맡았고, 2000년 안양을 K-리그 우승을 이끌며 K-리그 최우수감독상을 받았다. 2007년부터 경남의 지휘봉을 잡아 어린 선수들에게 패스 중심의 축구를 가르쳤고, 이는 올해 ‘조광래 유치원’ 돌풍으로 이어졌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 위해 ‘세대교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위한 최적격 지도자로 평가받는 조 감독이 이전의 축구협회와의 앙금을 털어내고 최고 전력의 국가대표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2010-07-21 2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