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반 주장… 네팔 “우리 기록은 여전히 오은선”
오은선(44·블랙야크) 대장이 ‘여성 세계최초’ 타이틀을 지킬 수 있을까. ‘경쟁자’ 에두르네 파사반(36·스페인)은 또 의혹을 재기했고, 네팔 정부는 오은선의 등정에 힘을 실었다.오은선의 8000m급 14좌 완등 여부에 줄곧 의문을 표시해 왔던 ‘라이벌’ 파사반은 “내가 8000m급 14좌를 완등한 최초의 여성으로 기록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산악인들 사이에서 ‘히말라야 등정 공인기관’으로 인정받는 엘리자베스 홀리 여사가 어떤 입장을 나타내기를 희망한다. 나는 증거를 모두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대한산악연맹이 지난 26일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힌 뒤 나온 반응이다.
인도 언론매체 시피(sify)는 29일 “네팔 정부는 2009년 오은선이 성공적으로 칸첸중가를 올랐던 것을 승인했다. 우리 기록은 여전히 오은선이 그 ‘논란의 산’에 올랐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고 한 락스만 파타가이 네팔 관광항공부 대변인의 말을 보도했다.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 여부가 이슈가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국제 산악계에는 고산등정을 인정하는 기구가 따로 없다. 등정 여부는 등반가의 양심에 맡기고, 시비를 걸지 않는 게 관례다. 그러나 이번엔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이 걸렸다. 산악계의 역사가 달라진다.
오은선은 지난 4월27일 안나푸르나를 끝으로 14좌 완등에 성공했다. 155㎝의 가녀린 40대 여성의 등반은 그 자체로 ‘인간승리’였다.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까지 곁들여져 감동은 더욱 진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파사반은 간발의 차로 영광을 놓쳤다.
오은선은 금의환향했지만, 10번째로 오른 칸첸중가의 등정 여부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의혹은 지난해부터 있었다. 오은선 등정(2009년 5월6일) 12일 후 칸첸중가에 오른 고 고미영의 산악대 등반대장 김재수가 오은선의 정상사진을 문제 삼으며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파사반도 “오은선이 칸첸중가에 오르던 날, 나도 올랐다. 당시 정상은 완전히 눈으로 덮여 있었는데 오은선 사진배경에는 바위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축제분위기’에 재를 뿌릴 순 없었다. 산악인들은 침묵했다. 진실은 미궁에 빠졌고, ‘진실게임’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오은선은 지난 5월 “(내가 등정한 것은) 칸첸중가 신이 안다. 나는 신을 속인 적이 없다.”고 심경을 밝힌 바 있다.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칸첸중가를 다시 오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꿈에도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국내 산악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에 올랐던 엄홍길은 등정 의혹이 일자 시샤팡마를 다시 오른 적이 있다.
오은선은 30~31일 공식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의혹이 진실로 굳어지는 불리한 판국을 뒤집을 만한 명쾌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0-08-30 2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