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김용대 vs 제주 김호준 올시즌 전화위복 닮은꼴


‘굴러온 돌’ 김용대도 설움이 있긴 마찬가지였다. 김용대는 지난해 상무에서 제대해 성남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성남엔 이미 정성룡이란 걸출한 수문장이 있었다. 둘의 주전경쟁이 축구계의 화두가 됐다. 결국 김용대가 밀렸다. 신태용 감독은 “정성룡과 같이한 시간이 더 많다.”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국가대표 출신 김용대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상처였다.
그렇게 올해가 시작됐다. 시련이 둘을 강하게 만들었을까. 전화위복이었다. 김용대는 올 시즌 36경기에서 34골을 내줬다. 경기당 평균 1골도 안 내준 꼴이다. 지난해 기록(28경기 34실점)에 비해 쑥 올라왔다. 항상 2% 부족했던 FC서울은 이 덕분인지 10년 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24경기에서 26골을 허용했던 김호준도 올해는 30골(34경기)로 잘 틀어막았다. 지난 시즌 꼴찌 제주는 최소 실점(27점)으로 리그 2위를 꿰찼다.
물론 팀의 탄탄한 수비라인이 뒷받침해 준 결과지만, 수문장의 활약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올해 15개 구단 주전 골키퍼 중 0점대 실점은 이 둘과 정성룡(성남), 권순태(전북)가 전부다.
올 시즌 프로축구 경기는 이제 딱 한 경기 남았다. 챔피언결정 2차전. 김용대와 김호준은 운명처럼 마주 보고 선다. 1일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두 골씩 내줬다. 2-2 무승부였다. 그러나 김호준의 판정승. 선방률 75%로 김용대(33.3%)를 압도한다.
김호준은 유효슈팅 8개를 경기 내내 혼자 막아 냈다. 후반 인저리타임에 동점골을 내주며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게 흠. 반면 김용대는 제주의 유효슈팅 3개 중 2골을 먹었다. ‘최후의 승부’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0-12-03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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